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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도 잘 해요 나는 혼자서 ‘이것’까지 해봤다

곡산 2017. 9. 6. 08:19
혼자서도 잘 해요 나는 혼자서 ‘이것’까지 해봤다
기사입력 2017.06.21 15:41:52

혼자 문화가 미덕이 되고 있는 요즘, 실제로 나의 ‘혼자 하기 레벨’은 어느 수준일까. 의도했던 의도치 않았든, 혼자서 ‘이런 것까지 해봤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실제로 혼자서 해본 각종 에피소드들을 소개한다. 프로 혼밥러, 혼술러 등 혼자 하는 문화에 관심이 있다면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참고해보도록 하자.

▶01 나는 혼자서 ‘야구장’을 가봤다

갑자기 시간이 비어 ‘혼자서 야구장 한번 가볼까?’라는 생각에 호기롭게 예매를 한 게 이 사단의 시작이었다. 이미 좋은 자리는 다 차고, 일부 좌석들이 한 자리씩 띄엄띄엄 남아있길래 흥이 오른 거 같다. 예매할 때까진 말이지. 경기 날짜가 다가올수록 걱정이 더더욱 심해진다. 처음엔 그냥 취소할까? 후회가 절로 들었다. 양 옆에 커플이 앉지는 않을지 하는 두려움이 공존하면서 말이다. 주말이었음 가족 단위와 커플이 많아서 위축이 됐겠지만, 다행히도 평일에 예매했고 자리가 응원석이었기에 나름의 용기를 낼 수 있었다. 그렇게 찾은 야구장. 영화관은 불이 꺼지기라도 하지, 야구장은 훤하니 뚫려있지 않나(웃음)! 그땐 진짜 9회전까지 어떻게 버티지 했는데, 응원을 하다 보니 혼자라는 사실은 어느새 잊게 됐다. 우리는 모두 하나! We are the one 아닌가! – 공무원 J씨



▶02나는 혼자서 ‘여행’을 가봤다

처음으로 혼자 여행을 떠난 건 작년 여름 휴가 때였다. 혼자 여행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내가 가고 싶은 대로 가고, 먹고 싶은 것을 내가 편할 때 먹을 수 있다는 것과 시간 분배가 여유롭다는 장점 때문이었다. 강릉과 정동진을 목적지로 하고 새벽 기차를 탔다. 예약해둔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고 구경을 나섰다. 음악을 들으며 한참 걷기도 하고, 바닷물에 발도 담가보고, 벤치에 앉아 바다 구경도 실컷 할 수 있었다. 그날 하루 동안 혼자서 구경을 마치고 저녁에 게스트하우스 파티에 참석했다. 게스트하우스 내 다른 여행자들과 맥주 한잔 기울이며 두루 친해질 수 있었는데, 특히 사장님과 많이 친해졌다. 며칠 더 숙박을 권하시기도 하고, 해안도로 드라이브도 시켜주시기도 하고…. 그때 여행이 유독 오래 기억에 남는다. 처음에 혼자 여행을 가면 외롭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여유롭고, 힐링이 되는 느낌이 더 좋았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그때 기분을 공유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지금 내가 느끼는 햇살, 바람, 바다를 보며 이 여유로운 시간을 혼자 즐기기 때문에 조금은 아쉽지만 제대로 힐링은 할 수 있었다. 아! 혼자 여행을 하다 보면 생각보다 내 사진은 많이 안 찍게 된다. 그땐 셀카봉이 필수로 느껴진다. – 회사원 S씨



▶03나는 혼자서 ‘고깃집에 가서 고기를 구워먹어’ 봤다

나는 평소에도 혼밥을 즐겨 하고 있다. 퇴근길에 혼자 식당에 들어가기도 하고, 혼자 여행을 갈 때면 소문 난 밥집을 찾아서 곧잘 먹는 편이다. 고기를 먹으러 갔을 때 어땠냐고? 최근엔 거의 신경 쓰지 않지만, 처음 혼자 고깃집을 갔을 때는 뭔가 ‘도전’에 가까웠다. 식당에 들어가 자리를 잡을 때 ‘한 명이요’라고 하면 대부분의 점원들이 다시 물어보거나, 오히려 더 당황하더라(웃음). 고깃집은 2인분부터 되는 곳이 많아서 이제는 1인분만 시킬 수 있는 식당을 자주 가는 편이다. 먹을 땐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지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시선을 즐기면서 고기 맛을 음미할 수준에 이르렀다고 할까. 혼자서 너무 적적하다 싶으면 노래를 듣거나, 핸드폰 VOD나 영상을 보면서 혼자만의 시간과 식사 시간 자체를 즐기기도 한다. 기분이 좋을 땐 혼자서 맥주도 주문해서 마시면서 먹기도 하면서 말이지. 이제는 안 하면 섭섭할 정도로 그 시간이 너무 편하고 좋다. – 간호사 K씨



▶04나는 혼자서 ‘공연(콘서트)’을 봤다

최근 혼공족(혼자 공연 보러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고는 하는데, 실제로 상당히 편하다. 일단은 예매에서부터 느껴지는 장점이 있다. 일행과 함께 인기 있는 공연을 보러 갈 땐 두 자리 연석을 잡기란 쉽지 않다. 예매창이 뜨자마자 순식간에 하얀 눈밭(공연예매대행 사이트에선 이미 선택된 좌석은 하얗게 표시가 된다)이 되는 광경을 목격할 때 허무함이란…. 혼자 공연을 보러 갈 경우 티켓팅 성공 확률이 2배로 늘어날 수 있다. 공연을 보는 당일엔 밥은 미리 집에서 먹거나, 공연 전에 인근 카페에서 커피나 쿠키 정도를 먹는다. 사실 혼공의 문제는 인증샷이다. 다른 관객들이 공연장 이곳 저곳에서 사진을 찍는 모습을 부럽게 쳐다보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내 옆의 누군가가 간절해지며, 그저 공연 팸플릿이나 셀카를 찍을 수밖에. 입장 후엔 가장 먼저 내 옆 자리 주인을 살펴보게 된다. 그들 역시 혼공족이라면 공연에 온전히 집중하기 좋지만, 커플이나 단체 관람이라면 공연 시작 전까지 혼자 할 것을 찾아본다. 공연 팸플릿을 보거나 다른 관객의 후기도 읽어보기도 하고, 무엇보다 심심하면 우리에겐 21세기 최고의 발명품인 SNS가 있지 않은가! 최대한 예쁘게 나온 사진을 골라 ‘혼자 온 공연’을 오히려 강조해 인스타그램에 올려본다. 그 속에 요즘 트렌드인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를 해시태그로 단 것만으로 이 시간은 충분히 만족스러울 테니! – 시티라이프 에디터



▶05나는 혼자서 ‘결혼식 참석’을 해봤다

예전에 아르바이트 하면서 알게 된 지인의 결혼 소식을 들었다. 원래는 당시에 함께 일하던 친구들과 함께 가려고 했지만, 다들 일정이 맞지 않아 결국 의도치 않게 혼자서 결혼식 참석을 하게 됐다. 가기 전엔 ‘뭐 별거 있겠어?’ 생각했지만 도착하자마자 느꼈다. 이 넓은 곳에 혼자 동 떨어진 느낌을! 진짜 민망했다. 온 결혼식장에 아는 사람 한 명 없고, 어떻게 있을 수가 없더라. 예식 진행을 보는 것 자체는 크게 어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밥 먹을 때였다. ‘어디에 앉아야 하고, 자리는 어떻게 맡지? 어떻게 먹어야 할까?’ 걱정에 걱정이 꼬리를 물었다. 용케 비어있는 자리를 찾아서 앉았다. 어차피 축의금을 낸 거 본전을 뽑자는 생각에 철면피 깔고 좋아하는 메뉴를 찾아 다녔다. 식사는 처음에만 어색하지 어느새 먹다 보면 혼밥 같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옷과 화장이 평소보다 좀 힘이 들어간, 그런 혼밥…. 혼자 간 결혼식의 느낌을 한 줄로 정의해보자면? ‘혼밥으로 부페 간 느낌’ 딱 그 정도로 마음 먹으면 될 일이었다. – 회사원 S씨

[글 이승연 기자 일러스트 포토파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584호 (17.06.27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