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at >라면 2만1594種.. 한국 1인당 72개 소비 '세계 1위'
문화일보 이민종 기자 입력2016.09.21. 11:35
기사 내용
- ‘구황 음식’서 ‘지구촌 간식’으로
1958년 日 ‘치킨라면’이 원조
기름에 튀겨 만드는 유탕면과
열풍에 말리는 非유탕면 구분
전세계 年판매 1000억개 눈앞
작년 국내 시장규모 2조16억
100여 국가에 2445억원 수출
남극·히말라야 산맥서도 팔려
다소 거칠어 보이면서, 빠른 속도로 젓가락을 놀리며 후루룩 흡입하면 쫄깃한 면발이 콧등이라도 때릴 듯하다. 군침이 꿀꺽 도는, 라면을 먹는 장면은 때론 상쾌하기까지 하다. 1963년 국내에 처음 들어온 지 53년, 가장 대중적인 인스턴트 식품으로 우리의 식생활에 깊숙이 들어온 라면은 시심(詩心)까지 여지없이 자극했다. ‘~신문지를 깔고 라면을 먹는 아침이면 매일 상다리가 부러진다’(함민복, ‘라면을 먹는 아침’)거나, ‘순식간에 만조가 되면 삼 분만에 펼쳐지는 즉석 바다, 분말 스프가 노을빛으로 퍼진다’(안시아, ‘새우탕’), ‘~권력도 부(富)도 라면 한 개의 포만감보다 못한 것을’(정구찬, ‘라면을 끓이면서’) 등 라면을 다룬 작품이 적지 않다.


세계라면협회 집계를 보면, 국내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지난해 팔린 라면은 자그마치 977억 개. 1000억 개를 넘을 날도 머지않았다. ‘지구인의 간식’이 된 라면은 최근 미국 교도소 재소자들 사이에 담배를 제치고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이 됐다거나, 교도소 안에서 라면을 끓일 수 있는 각종 조리 ‘비법’을 담은 책까지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시 화제를 모았다.
21일 농심, 오뚜기, 삼양, 팔도 등 라면 업계에 따르면, 입맛이 떨어지면 어린아이들조차 쉽게 찾고 조리하는 라면의 발상지는 일본으로 1958년에 탄생했다. 닛산식품 창업자인 안도 모모후쿠(安藤百福·1910~2007)는 우연히 들른 술집에서 면을 기름에 튀기는 것을 보고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 과정을 거치면 수분이 달아나 오래 보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 ‘치킨 라면’을 선보였다. 이 라면은 일본 열도를 뒤흔들었고 전 세계인의 식생활 판도까지 바꾸었다. 생을 마칠 때까지 매일 하루 한 번 라면을 먹었다고 밝힌 그는 ‘라면의 아버지’로 불린다.
라면의 종류는 얼마나 될까. 오뚜기 관계자는 “제조방법, 조리방법, 맛에 따라 그 종류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1996년부터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팔린 라면 종류만 해도 2만1594가지가 넘는다. 라면 제조방법은 크게 기름에 튀긴 유탕면과 튀기지 않고 뜨거운 열풍에 말린 비유탕면으로 구분할 수 있다. 건면은 기름에 튀기지 않아 열량이 낮다는 장점이 있어 다이어트 대용식으로도 찾는 이가 많다.
조리방법도 국물 타입, 비빔 타입, 볶음 타입으로 나뉜다. 맛은 그 나라의 대표 입맛에 따라 좌우된다. 일본의 ‘쇼유’ ‘시오’ ‘미소라면’, 한국의 매운맛, 인도네시아의 미고랭 맛, 베트남의 레몬그라스 향을 꼽을 수 있다.
라면 소비량은 인구 대국 순이다. 중국은 매콤한 소고기 국물 홍샤오(紅燒)맛, 매운 시앙라(香辣)맛, 시큼한 쑤안차이(酸菜)맛 등 유탕 라면이 전체의 99%를 차지하고 있는데 지난해 404억 개를 소비했다. 이어 인도네시아(132억 개), 일본(55억 개), 베트남(48억 개), 미국(42억 개), 한국(36억5000만 개) 순이다. 눈여겨볼 점은 1인당 라면 소비량. 한국이 72.8개로 1위다. 2위인 인도네시아, 베트남(각 51.9개)과 20개 이상 차이가 날 정도로, 라면 사랑이 각별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여느 집 주방을 슬그머니 열어 봐도 라면은 빠지지 않고 있다.
이에 맞춰 국내 라면의 경쟁력 역시 괄목할 수준에 올라왔다. 국내시장 규모는 1998년 1조 원, 라면이 소개된 지 50년 만인 2013년에는 연간 2조 원 규모를 넘어섰다. 지난해 시장 규모는 2조16억 원. 그동안 라면 제품의 트렌드도 닭고기 육수, 짜장 라면, 컵라면으로 불리는 용기 면의 등장, 재료의 고급화에 맞춘 순면·웰빙면, 하얀 국물 라면의 등장과 퇴조, 전통의 빨간 국물 라면의 인기 회복, 굵은 면발에서 올해 하반기에는 부대찌개까지 다양한 변화를 겪었다. 한때 쇠기름(우지) 파동(1989년)으로 업계 전체가 큰 타격을 받기도 했다.
해외 진출도 1960년대 말 월남전 파병 국군 장병의 향수를 달래주기 위해 처음 공급했던 때를 떠올리면 이젠 상전벽해라 할 만하다. 1969년 삼양식품이 삼양라면을 일본에 수출한 것을 시작으로 농심, 오뚜기, 팔도 등이 앞다퉈 수출에 나섰다. 미국, 중국, 동남아시아, 유럽 등 100여 개국에 수출되는데 지난해 기준으로 2445억 원을 기록했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맵고 얼큰한, 강한 맛이 입맛을 잡은 비결로 꼽힌다.
심규철 농심 면 마케팅팀장은 “1986년 출시 후 누적매출 10조 원을 넘어선 ‘신라면’은 세계 최대 항공사인 미국 아메리칸 항공에 기내식으로도 제공되고 있다”며 “해발 4000m가 넘는 스위스 융프라우, 히말라야산맥, 지구 최남단으로 남극의 관문인 칠레 마젤란 해협의 푼타아레나스에서도 팔리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오뚜기 측은 “1988년 1월 ‘진라면’으로 라면 시장에 진입한 후 2위에 올라섰다”며 “라면 개발 연구 때면 전국 인기 면요리 집을 모두 찾아 맛을 분석하고 조리, 맛, 면을 연구한 후 실제 음식 맛과 같게 재현하는 연구를 하고 있는데 이런 점이 국내외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라면은 모두가 굶주렸던 1960년대, 값싸고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구황 음식’으로 출발했다. 이후 외환위기, 경기침체기에 오히려 성장하며 서민의 동반자로 깊숙이 자리 잡았고 지금은 맛과 품질이 업그레이드되며 꾸준히 인기를 얻어 향후 제2의 도약 여부가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2조 원대 시장에서 한 단계 더 올라서기 위한 업계의 신제품 개발 노력이 치열한 만큼 성과를 지켜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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