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안정 압박 이어 중동 전쟁…업계 비상 상황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6.03.09 07:53
라면·분유·김 등 K-푸드 수출 상승세에도 제동
농식품부, 업계 의견 수렴 대응 체계 강구키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간 무력 충돌로 국내 식품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가 상승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이란이 원유 수송의 핵심지역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국제 유가가 뛰어 먹거리를 포함한 물가도 오를 가능성이 높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의 20~30%가 지나는 바닷길이다. 원유 가격이 상승하면 물류비와 전기·가스 요금이 상승하고 물가에 전방위 영향을 미친다. 특히 중동서 석유를 수입하는 우리나라는 약 72%가 이곳을 통한다. 이 길이 막힐 경우 50년 전 중동전쟁으로 인한 ‘오일 쇼크’가 재현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식품에 사용하는 원료 가격 폭등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될 경우 우회 운송이 불가피해 물류비가 증가하고, 유가 상승도 불가피한데, 원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비용 압박이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 이후 2일 기준(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 따르면 국제 유가는 배럴당 71.23달러로 전장보다 6.3% 올랐다. 글로벌 분석 기관들은 이란이 실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에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도 사업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러-우 전쟁이 발발했던 2022년에도 원재료값과 물류비 등이 상승해 심각한 경영난을 겪었다. 당시에는 식품 가격을 올리며 손해를 최소화했지만 지금은 정부의 물가안정 압박이 워낙 거세 가격 인상 카드는 만질 수도 없는 상황인데, 식품업계 경영 위기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K-푸드 수출에도 제동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정부는 미·중·일에 집중됐던 수출국 다변화를 위해 중동 시장을 1순위로 두고 K-푸드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할랄인증 등을 지원하며 업계 진출을 독려해 왔다.
반응도 좋았다. aT에 따르면 K-푸드의 중동 수출은 2020년엔 2억 달러(약 2860억 원)에서 작년 4억1000만 달러(약 5886억원)로 5년 새 2.1배가량 증가했다. 이 흐름이면 2029년 1조 원 돌파도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업계에서도 공격적인 진출에 나섰지만 변수가 생긴 것이다.
삼양식품은 UAE 등 중동 10여 국에 할랄 인증을 받은 붉닭볶음면 20여 종을 수출해 작년 660억 원의 수출액을 올렸고, 올해 목표는 800억 원이다. 지난 5년간 중동 매출이 연평균 12%씩 성장 중인 농심도 올해는 전년 대비 50% 이상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원F&B 역시 작년부터 양반김, 양반김부각의 중동 지역 진출을 본격화해 올해 전년 대비 4배 이상 수출액을 늘리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중동 진출을 준비 중인 업체들도 적색불이 켜졌다. CJ제일제당은 작년 말 아랍에미리트(UAE) 기업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카타르나 쿠웨이트 등 인접 국가로 판로 확대를 추진하고 있고, 매일유업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으로 분유 수출을 위한 제품 등록 절차를 밟고 있다. 오뚜기도 이스라엘 등 중동 7개국으로 올해 라면 수출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동 시장 비중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성장 가능성을 보고 시장 진출을 계획했던 업체들 입장에선 이번 사태가 우려될 수밖에 없다. 하루속히 사태가 진정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농식품부는 해당 지역과의 교역 비중, 원자재 및 식량작물 국내 재고 수준 등을 감안할 때 이번 상황으로 단기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환율이나 유가 변동에 따라 식품 수출 및 곡물 가격 등에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고 보고, 관계부처와의 협력 및 관련 업계 의견수렴 등을 통해 대응체계 강구는 물론 정부 조치가 필요한 경우에는 적극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식품산업에 피해가 없도록 관계부처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면밀히 살피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