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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결산/2026전망-유가공] 시유도 무관세로 본격 수입…‘빅4’ 생존 전략 시험대 올라

곡산 2026. 1. 14. 12:33
[2025결산/2026전망-유가공] 시유도 무관세로 본격 수입…‘빅4’ 생존 전략 시험대 올라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6.01.13 07:52

개별 기업 각자도생으론 한계…민-관 구조적 협력 절실
서울우유 ‘변화와 가치 경영’…품질 고급화에 해외 공략
매일유업, 사업 재편 핵심 제품 육성…외식·케어푸드 성과
빙그레, 아이스크림 집중 1억 불 수출…영업이익 1300억
남양유업, 고강도 체질 개선·수익 제고…흑자로 돌아서
 

2025년 한국 유가공 시장은 ‘폭풍 전야’였다. 2026년으로 예고된 미국·EU산 유제품의 무관세(관세 0%) 수입을 코앞에 두고, 국내 시장은 소비 기반 붕괴와 생산 기반 약화라는 이중고에 시달렸다. 정부가 “우유는 신선식품” 캠페인을 전개하며 방어막을 쳤지만, 구조적인 하락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이에 국내 유가공 ‘빅4(서울우유·매일유업·남양유업·빙그레)’는 각기 다른 생존 방정식을 풀며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올해 유가공 시장을 관통한 키워드는 ‘구조적 위기’다. 첫째, 소비 절벽이 현실화됐다. 1997년 31.5kg이던 1인당 백색시유 소비량은 2025년 25.9kg으로 18% 감소했고, 든든한 수요처였던 학교 우유 급식률마저 2019년 50.3%에서 30.9%로 반토막 났다. 둘째, 수입산의 공습은 가속화됐다. 지난 10월 기준 누적 유제품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11.3% 증가한 32만7000톤을 기록했으며, 특히 치즈(25%↑)와 버터(36%↑) 시장은 이미 수입산이 주도권을 쥐었다. 셋째, 생산 기반의 붕괴다. 젖소 사육농가는 4년 전보다 13% 감소한 5324호로 쪼그라들었다. 농장주의 43%가 60대 이상이고 후계자 없는 농가가 38.9%에 달해 국산 원유 생산의 지속 가능성마저 위협받는 상황이다.

2025년 유업계는 2026년 수입 유제품 무관세 시대를 앞두고 소비 절벽과 생산 기반 약화라는 '3중고'에 직면해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단행했다. 서울우유의 A2 프리미엄화, 매일유업의 사업 다각화, 남양유업의 수익성 강화, 빙그레의 수출 확대 등 각 사의 강점을 극대화한 '각자도생' 전략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관세 0%가 본격화되는 올해는 '탈우유'와 '글로벌' 성과가 기업 생존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이며, 낙농 기반 유지를 위한 민관 협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사진=식품음료신문)
 

생존을 위한 기업들의 선택은 명확하게 갈렸다. 각 사는 자신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했다. 특히 위기 돌파를 위한 유가공 ‘빅4’의 선택은 명확히 엇갈렸다.

 

업계 1위 서울우유는 2030년까지 원유 전량을 ‘A2 우유’로 전환하는 정공법을 택해 품질 고급화로 승부수를 띄웠다. 반면 매일유업은 총 17종에 달하는 식물성 음료 라인업과 외식·케어푸드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며 수익성 방어에 성공했다. 남양유업은 저당·단백질 등 건강 지향 제품 확대와 ESG 경영 강화를 통해 신뢰 회복에 주력했으며, 빙그레는 아이스크림 수출 1억 달러 돌파 등 글로벌 시장 확대로 내수 침체의 돌파구를 마련했다.

 

 서울우유 “우유의 기준을 바꿨다”…A2 원유 100% 전환과 디저트 확장으로 ‘초격차’ 입증

 

서울우유협동조합은 2026년 무관세 시대를 앞두고 ‘변화와 가치 경영’을 기치로 내걸며 경쟁사들과는 차별화된 ‘정공법’을 택했다. 사업 다각화에 집중하는 대신, 우유 본업의 경쟁력을 압도적으로 높이는 “A2 원유 100% 전환”이라는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이는 2030년까지 모든 조합원 목장의 젖소를 A2 유전자를 가진 소로 교체하는 ‘생산 혁명’으로, 가격 경쟁력이 낮은 국산 원유의 한계를 ‘소화 편의성’과 ‘최고 품질’로 극복하겠다는 의지다.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지난 2024년 4월 출시된 ‘A2+ 우유’는 2025년 10월 기준 누적 판매량 8,250만 개(200mL 환산 기준)를 기록, 출시 약 18개월 만에 시장을 평정하며 프리미엄 우유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생산 단계의 혁신도 뒤따랐다. 기존 낙농지원센터를 ‘기술센터’로 개편해 과학적 목장 경영을 지원하고, 항생제·아플라톡신 등을 매일 검사하는 ‘365일 신속검사키트’를 도입해 수입산이 넘볼 수 없는 안전성 장벽을 구축했다.

 

정체된 마시는 우유 시장의 한계는 ‘스핀오프(Spin-off)’ 전략으로 돌파했다. GS25와 협업해 선보인 디저트 시리즈는 2025년 불과 7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600만 개를 돌파하며 편의점 디저트 카테고리를 장악했다. 특히 ‘우유크림모찌롤’ 등이 밀리언셀러에 오르며 100만 명 이상의 신규 고객을 유입, 브랜드 영토 확장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A2 우유와 디저트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서울우유의 2025년 상반기 성적표는 유가공 시장의 구조적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상반기 매출액은 1조30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350억 원) 뒷걸음질 쳤고, 영업이익은 62.6% 급감한 91억 원에 그쳤다. 특히 제품 매출이 5.1% 감소하는 등 소비 침체의 직격탄을 맞으며 211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 적자로 전환했다.

 

이에 서울우유는 12월 26일 임시대의원회를 열고, 위기 돌파를 위한 2조 3400억 원 규모의 ‘2026년도 사업계획’을 확정했다. 문진섭 조합장은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고품질 원유 기반의 프리미엄 전략뿐만 아니라, 해외 수출 활성화로 수익 구조를 다각화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동안 내수에 집중했던 서울우유가 ‘신성장 동력 구축’을 목표로 해외 시장 진출을 공식화한 것은 2026년 경영 전략의 중대한 변화로 읽힌다. 업계는 서울우유가 A2 프리미엄 전략에 수출 엔진을 더해 실적 턴어라운드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 매일유업, 관세 장벽 넘는 ‘종합 웰빙 기업’…신제품·외식·CSR ‘삼각 편대’ 가동

 

매일유업은 2026년 유럽·미국산 우유 관세 철폐(0%)를 앞두고, 2025년을 ‘종합 식음료·웰빙 기업’으로 전환하는 원년으로 삼았다. 수입 멸균우유 물량이 2018년 4291톤에서 2024년 4만8700톤으로 6년 새 10배 이상 폭증하는 등 시장 환경이 급변하자, 단순 방어를 넘어선 전방위적 사업 구조 개편을 단행한 것이다.

 

우선 매일유업은 소비자 트렌드를 세분화해 ‘6대 핵심 신제품군’을 집중 투입하며 정면 승부를 걸었다. 유당불내증 소비자를 위한 ‘우유속에 락토프리 3종’과 신생아 수유텀 개선을 위한 ‘앱솔루트 산양 100’ 등을 통해 니치 마켓을 공략했다. 특히 식물성 음료 분야에서는 업계 최다인 17종의 라인업(두유 7종, 아몬드브리즈 5종, 어메이징 오트 5종)을 구축했는데, 지난 7월 정희원 교수와 공동 개발해 출시한 ‘매일두유 렌틸콩’은 출시 1주일 만에 초도 물량이 완판되며 ‘헬시플레저’ 트렌드를 입증했다.

 

수익성 방어의 핵심인 ‘외식 및 케어푸드’ 사업도 덩치를 키웠다. 자회사 엠즈씨드의 ‘폴바셋’은 매장 수를 145개로 늘리고 매출 1600억 원을 돌파(전년 대비 0.3% 증가)했으며, 베이커리 브랜드 ‘밀도’와의 시너지를 통해 ‘폴앤밀도’ 등 복합 외식 플랫폼 모델을 안착시켰다. 또한 케어푸드 브랜드 ‘메디웰’은 전국 1000여 개 병원 네트워크(B2B)를 기반으로, 당 관리 및 고단백 수요를 겨냥한 B2C 신제품(당솔브 등)을 확대하며 고령화 사회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다.

 

매일유업 특유의 ‘신뢰 경영’ 또한 브랜드 가치를 지탱하는 버팀목이 되었다. 독거 어르신을 위한 ‘우유안부’ 캠페인(영업이익의 10% 기부 약속), 희귀질환 환아를 위한 ‘하트밀’ 캠페인, 노년층 대상 ‘단백질 루틴’ 캠페인 등은 단순 기부를 넘어 전 세대를 아우르는 ‘따뜻한 기업’ 이미지를 구축,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8년 연속 선정’이라는 무형의 자산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체질 개선의 노력은 실적으로도 증명되고 있다. 매일유업의 2025년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조3884억 원, 영업이익은 453억 원을 기록했다. 수입산 공세로 인한 경쟁 심화에도 불구하고, 고부가가치 제품과 외식 사업의 비중 확대로 3%대의 영업이익률을 방어하며 구조적 위기 속에서도 내실을 다졌다는 평가다.

 

● 남양유업, “성장보다 내실”…‘Shift’ 전략으로 영업익 235% 퀀텀 점프

 

남양유업은 2025년 경영 키워드를 “Shift(변화)”로 정하고 고강도 체질 개선을 단행했다. 저출산과 우유 소비 감소라는 파고 속에서 외형 확장보다는 철저한 ‘수익성 중심’의 경영 기조로 전환해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한 한 해였다.

 

가장 돋보인 변화는 ‘건강 스펙 강화’다. 2026년 8000억 원 규모로 성장이 예상되는 단백질 시장을 겨냥해 ‘테이크핏’ 라인업을 확대하고, 발효유와 가공유 전 제품에 ‘저당·제로·초고단백’ 트렌드를 입혔다. 특히 8월 출시한 ‘말차에몽’은 기존 초코에몽의 브랜드 파워에 웰니스 트렌드를 결합해 MZ세대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좁아지는 내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글로벌 영토 확장’에도 시동을 걸었다. 핵심 성장 동력인 단백질 음료 ‘테이크핏’을 홍콩 시장에 진출시키며 해외 판로를 개척, 장기적인 수익원 다각화의 발판을 마련했다.

 

무너진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진정성 마케팅’도 빛을 발했다. 16년째 이어온 뇌전증 환아 후원 활동과 취약계층 특수분유 보급은 남양유업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자산으로 자리 잡았으며, 이는 ‘2025 ESG 상생협력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노력은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는 동시에 안정적인 경영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했다.

 

이러한 ‘Shift’ 전략은 놀라운 재무 성과로 증명됐다. 2025년 3분기 매출액은 시장 수축의 여파로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한 2375억 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무려 235% 폭증한 17억 원을 달성하며 5분기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 빙그레, “좁은 내수 떠나 넓은 세계로”…K-빙과 앞세워 ‘수출 1억 불’ 금자탑

 

빙그레는 2025년, 정체된 내수 시장의 돌파구를 해외에서 찾는 전략으로 확실한 승기를 잡았다. 김광수 대표가 취임과 동시에 내세운 ‘가지치기(Pruning) 경영’ 철학에 따라 비수익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회사의 역량을 ‘아이스크림 수출’에 집중한 결과다.

 

성적표는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2025년 빙그레의 해외 매출은 전년 대비 연평균 19.5% 성장한 1540억 원을 기록했으며 , 특히 단일 품목인 아이스크림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1억 달러(약 1400억 원)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북미 시장을 겨냥한 ‘메로나 피스타치오’와 유럽 비건 트렌드에 맞춘 ‘식물성 메로나’ 등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적중했으며, 미국 내 K-푸드 열풍을 타고 ‘바나나맛우유’ 또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수익성 위주의 사업 재편도 빛을 발했다. 이익률이 높은 냉동·아이스크림 사업 비중을 전체의 57.9%까지 끌어올리며, 영업이익은 사상 최대인 1313억 원을 달성했다. 이는 경쟁사들이 원가 부담으로 고전하는 사이 고마진 수출 제품을 통해 이익 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결과로 풀이된다.

 

사회적 가치 실현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AI 기술로 독립운동가의 함성을 복원한 ‘처음 듣는 광복’ 캠페인은 ‘2025 대한민국 광고대상’ 5관왕을 휩쓸며 브랜드 신뢰도를 높였고, ‘탄소중립 실천 우수기업’ 선정으로 ESG 경영의 진정성까지 인정받았다.


 [2026 전망] 무관세 시대 개막, ‘각자도생’을 넘어 ‘구조적 생존’으로


업계는 2025년이 기업 내부의 ‘포트폴리오 재편의 해’였다면, 2026년은 무관세(관세 0%) 시대 개막과 함께 각 기업의 전략이 ‘숫자’로 검증받는 냉혹한 ‘심판의 해’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2025년 확인된 실적의 양극화는 2026년 시장의 방향성을 예고한다. A2 우유로 시장을 제패하고도 적자를 기록한 서울우유의 사례는 막대한 투자 비용이 수반되는 ‘프리미엄 전략’이 수익성 확보라는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상처뿐인 영광’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반면 과감하게 내수를 비우고 해외를 채운 빙그레와 사업 다각화로 이익을 방어한 매일유업의 선전은 ‘탈(脫)우유’와 ‘글로벌’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의 필수 조건임을 증명했다.

 

2026년 시장 환경은 ‘위기’와 ‘기회’가 더욱 뚜렷하게 갈릴 것이다. 가장 큰 위협인 FTA 무관세 시대의 본격화는 가격 경쟁력이 취약한 국산 원유의 설 자리를 더욱 좁힐 것이다. 여기에 고령화와 농가 부채로 인한 생산 기반 붕괴는 유가공 산업의 뿌리를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A2·유기농 등 프리미엄 수요의 안착 여부 △8000억 원대 케어푸드 시장의 성장 △K-푸드 열풍을 탄 글로벌 영토 확장은 여전히 유효한 기회 요인이다.

 

결국 2025년은 한국 유가공 시장에 있어 “생존을 위한 구조 전환의 마지막 골든타임”이었다. 각 기업은 프리미엄화, 다각화, ESG, 글로벌 확장이라는 주사위를 던졌고, 2026년은 그 결과가 기업의 생존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개별 기업의 ‘각자도생’만으로는 무관세 파고를 넘기에 역부족”이라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정부 차원의 근본적인 정책 지원 없이는 무너지는 낙농 생산 기반을 복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026년은 기업의 치열한 생존 경쟁과 더불어, 지속 가능한 낙농 산업을 지키기 위한 민관(民官)의 ‘구조적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