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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행정리 단위 74% 2만7600여곳 소매점 없어, 식품사막화

곡산 2025. 12. 29. 08:24

전국 행정리 단위 74% 2만7600여곳 소매점 없어, 식품사막화

  •  강대일 기자
  •  승인 2025.12.26 11:10

 

입법조사처 “식품환경 조성사업 근거, 관련 법률에 구체화해야”

지난 9월 12일 전남 함평군 해보면 공동홈센터에서 열린 ‘찾아가는 농촌형이동장터’ 현장 간담회. 사진=농식품부
 

지방 인구 감소로 전국 행정리 3만7563개 가운데 2만7609곳(73.5%)에 소매점이 없는 등 신선식품을 구매하기 어려운 ‘식품사막(Food Desert)’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읍ㆍ면 지역 고령가구의 식생활과 건강권이 위협받고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법적 근거 마련과 지속 가능한 정책 설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처장 이관후)는 ‘식품사막화에 따른 식품접근성 약화, 정책대안은 무엇인가?: 읍ㆍ면 지역 고령가구의 식생활 돌봄사업 방향을 중심으로’ 주제 보고서를 통해 식품사막화 지역 식생활 돌봄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각종 지원사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과제를 제시했다.

 

식품사막은 사막에서 물을 찾기 어려운 것처럼, 농촌ㆍ도시 일부 지역에서 신선식품 구매에 대한 물리적 접근성이 낮은 지역을 일컫는다.

 

주요국들은 식품접근성 문제를 단순한 거리 문제가 아닌, 포괄적인 식품환경 문제로 보고, 식품 구매의 물리적 접근성뿐 아니라 경제적ㆍ사회적 요인이 건강에도 상호작용함을 강조하며, 건강한 식품에의 접근과 공급을 보장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보고서는 식품접근성은 특히 도시보다 읍ㆍ면, 거점시설이 있는 읍보다는 면, 65세 이상 고령가구, 특히 70대 이상군이 더 낮아, 건강한 식품에 접근과 안정적인 공급을 보장하기 위한 사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2020년 농림어업총조사에서 전국 행정리 3만7563개 가운데 2만7609곳(73.5%)에 소매점이 없어 주민들이 장보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2024년 기준 식료품점 도달거리 조사에서도 자동차 기준 농촌 14.4분, 도농복합시 11.1분, 도시 3.9분으로, 면 지역은 도시보다 3.7배 더 소요됐다.

 

식사의 질과 다양성을 알 수 있는 영양소 섭취 부족자 분율은 전체 평균에 비해 고령인구군이 높았으며, 이러한 현상이 장기화되면 육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적 건강과 삶의 질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최근 10여 년간(2013~2015년/2022~2024년) 65세 이상 인구와 70세 이상 인구의 영양소 섭취 부족자 분율 차는 1.7%p에서 3.8%p로 증가, 고령화될수록 심각했다.

 

읍ㆍ면 지역 고령인구의 영양소 섭취 부족자 분율은 2020년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이동 제한 등으로 다양한 식품의 섭취가 어려웠던 식생활 환경이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보고서는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촌지역 ‘식품사막화’ 문제에 대응하고자 2024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농촌 이동장터’ 사업이 긍정적인 효과에도 불구,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운영체계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지적했다.

 

일정 지역, 일정 시기, 한정된 예산 범위 안에서만 시범 적용되고 있어, 전국적ㆍ상시적 제도로 정착될 수 있는 법ㆍ재정적 기반이 미흡하고, 예산 및 운영 인력이 지자체ㆍ농협 등 외부 주체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식품접근성 개선은 본질적으로 농식품ㆍ복지ㆍ보건ㆍ교통ㆍ지역 개발이 결합된 영역임에도, 부처ㆍ사업별로 분절돼 추진됨에 따라 현장에서는 읍ㆍ면 지역 고령층ㆍ거동불편자 등 우선순위 대상에 통합 지원이 어려워, 먹거리 보장체계의 사각지대를 줄이기 힘든 구조라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식품접근성과 식품안정성 확보를 위한 정책과제로 △공공생활서비스 전달체계와 연계한 식품지원정책 설계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식생활 돌봄형 식품 환경 조성정책’ 수립 △건강-영양관리 관점의 ‘지역 식생활 돌봄 프로그램’ 운영 △이동장터의 지속 가능한 운영모델 전환 등을 제시했다.

 

농어촌 인구감소지역 고령인구층을 대상으로 한 사업은 재정 확보도 어렵고, 도시에 비해 서비스 제공 주체의 접근성과 사업의 지속도 어려운 상황이어서, 관련 예산을 분배하거나 대상 선정기준을 마련할 때 도시지역과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또, 관련 정책들을 실효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최우선 입법과제로 식품환경 조성사업의 근거를 관련 법률에 구체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농업ㆍ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 제23조의3, 국민영양관리법 제7조와 제11조에 ‘식품접근성 제고 또는 식품환경 개선에 관한 사항’신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 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에 명시한 영양취약계층 농어업인 등의 영양개선사업의 실제 시행 여부를 조사하고, 사업내용을 구체화해 실효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했다.

 

보고서에서 제시한 식품사막 해소를 위한 5가지 핵심 과제

 

법적 근거 구체화: 「국민영양관리법」 및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에 ‘식생활 환경 개선’ 및 ‘식품접근성 제고’에 관한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

 

공공서비스 연계: 농촌 중심지 활성화 사업 등 기존 SOC 사업에 식품접근성 제고 기능을 포함해 통합 관리해야 한다.

 

식생활 돌봄 모델 구축: 공동부엌, 소규모 신선식품 거점(Micro Food Hub) 등을 확충하고, 조리가 어려운 고령자에게 맞춤형 영양 케어를 결합한 급식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사회적 경제 조직 육성: 이동장터 운영 주체를 마을기업이나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해 지역 내 일자리 창출 및 자립적 운영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지표 관리 확장: 단순 설문 중심의 조사를 넘어 물리적 거리, 소득, 교통수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식품사막 지도’ 제작과 세밀한 지표 관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