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사 해외사업 점검] ⑧ 대상의 종가 김치, 수출 효자는 일본 아닌 '미국'

[식품사 해외사업 점검] ⑧ 대상의 종가 김치, 수출 효자는 일본 아닌 '미국'
- 이유리 기자
- 승인 2024.09.19 18:05
내수 불황과 K푸드 열풍으로 해외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는 국내 식품 기업들의 해외 사업 현황을 점검합니다.

'종가 김치' 브랜드를 세계 각국에 수출하는 대상의 주요 고객이 일본에서 미국으로 바뀌고 있다. 아직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김치가 가장 많이 팔리는 나라는 일본이지만, 미국 시장에서 한국 김치의 폭발적인 성장세가 이어진다면 머지않아 미국 매출이 일본을 앞지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종가가 김치 세계화를 목표로 미국을 전초기지 삼아 대규모 공장을 지은 만큼 미국에서 종가 김치가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대상에 따르면 이 회사의 상반기 김치 수출량은 전년대비 9.5% 증가한 4600만달러(약 611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국내 김치 총 수출액 8200만달러(약 1089억원)의 56%에 달한다. 국내 포장김치 수출은 대상 종가가 견인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총 김치 수출액은 1억5600만달러(약 2072억원)로 전년대비 10.6% 증가했는데, 종가는 총 매출의 53%(8300만달러)를 차지했다. 총 김치 수출액 중 종가 김치 비중도 2020년부터 41%, 42%, 50%로 커지고 있다.
주목할 점은 올해 상반기 종가 김치의 최대 수출국이 일본에서 미국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일본은 한국 김치 수출국 중 부동의 1위지만, 지난해 대상의 수출 비중에서 미국이 32%로 일본(30%)을 처음으로 역전했다. 일본은 대상이 1987년 처음으로 수출한 국가로 제품 개발, 포장, 유통 및 보관 기술을 성공적으로 적용해 40여 년간 수출 선두를 유지한 시장이다.
한국의 역대 김치수출국 1위 자리도 미국이 일본을 바짝 따라잡고 있다. 농식품수출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김치 수출액은 1억5559만달러(약 2068억원)로 일본이 6149만달러(약 817억원)로 여전히 1위를 차지했으나, 2위 미국(4000만달러, 약 531억원)과 격차가 좁아지고 있다. 최근 3년간(2021~2023년) 김치 수출 중 일본 비중은 50%에서 42%, 39%로 감소한 반면, 미국은 17%에서 20%, 25%로 꾸준히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도 미국 수출량은 전년대비 20% 증가했지만, 일본은 11.9% 감소했다.

대상은 ‘김치 세계화’의 전초기지로 미국을 선택했다. 종가 김치는 2010년 미국에 본격 진출한 후 교민 위주로 팔렸는데 팬데믹 이후 미국 전역에 유통망을 둔 월마트에 입점하면서 현지인 수요가 급증했다. 이를 위해 대상은 2022년 3월 약 200억원을 투자해 연간 2000톤 규모의 김치를 생산하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공장을 세웠고, 지난해 4월에는 아시안푸드 ‘럭키푸즈’를 380억원에 인수해 추가 생산 설비를 확보했다. 생산량이 늘면서 대상아메리카 법인 매출도 2021년 1188억, 2022년 1414억원에서 지난해 1601억원으로 연평균 15%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대상이 미국 현지에 대규모 김치 공장을 설립한 것은 김치 수출에 있어 일본보다는 성장 가능성이 큰 미국 시장이 더욱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식품 시장이 큰 미국에서는 김치 유산균이 면역력 증진과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고, K콘텐츠 관심이 높아지면서 김치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반면 일본 시장에서는 현지산 김치와 가격 경쟁이 치열하고, 엔저 현상으로 인해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어 시장 투자 요인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김치를 수출하는 CJ제일제당과 풀무원도 최근 미국 시장에 더 집중하는 추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현지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춘 김치나 한국 김치를 대체하는 '기무치'가 널리 유통되면서 수출 변화가 크지 않다”며, “미국에서는 김치가 '건강식'이라는 인식이 강해 한국산 김치를 더 선호하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지에서 김치를 직접 생산하면 물류비, 인건비 등 비용 절감은 물론, 현지화된 제품을 더 쉽게 개발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대상은 미국 현지에서 재배한 배추, 무, 파 등을 사용해 전통 종가 김치는 물론, 비건, 글루텐프리, 백김치, 피클무 등 다양한 현지 수요를 반영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대상 측은 “LA공장을 통해 원재료를 유연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해 제품 신선도를 확보했고, 현지화 김치의 맛을 잘 구현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대상은 미국을 넘어 2025년 준공을 목표로 150억원을 투입해 폴란드에 김치 공장을 짓고있다. 2030년까지 연간 3000톤 이상의 김치를 생산해 유럽 대륙을 공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대상은 앞서 폴란드 식품업체 ChPN과 합작법인(대상 76%, ChPN 24%) 설립을 위한 계약체결을 마쳤다. 종가는 현재 전 세계 60여개 국가에 진출하고 있다.
대상 측은 “미국 LA공장의 자동화 설비와 시설을 확충해 2025년까지 미국 현지 식품사업 연간 매출액 1000억원을 달성하는 게 목표”라며 “폴란드 공장이 준공되면 ChPN가 보유한 현지 주류 유통망을 활용해 종가 김치 생산을 본격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