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사 해외사업 점검]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농심..K라면 '글로벌 주식화' 노린다
[식품사 해외사업 점검]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농심..K라면 '글로벌 주식화' 노린다
- 이유리 기자
- 승인 2024.09.03 15:09
내수 불황과 K푸드 열풍으로 해외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는 국내 식품 기업들의 해외 사업 현황을 점검합니다.

농심이 글로벌 시장에서 K라면의 폭발적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부산 녹산에 연간 5억개의 라면을 생산할 수 있는 수출전용공장을 설립한다. 농심은 생산 인프라를 확충해 K라면이 현재 K푸드 열풍에 따른 반짝 인기에 그치지 않고 '세계적인 주식'으로 자리잡을 경우 세계적인 식품그룹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비전을 그리고 있다.
3일 농심에 따르면 이 회사는 내년 상반기 부산 녹산국가산업단지에서 '녹산 수출전용공장'을 착공한다. 오는 2026년 상반기 완공이 목표이며,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공장에는 우선 3개의 초고속, 최첨단 생산라인이 설치되며 이후 최대 8개 라인까지 확장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농심은 지난해와 올해 부산 공장의 생산라인을 1개씩 증설했으나, 여전히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해 이번에 수출공장을 세우기로 결정했다. 녹산 수출공장은 기존 건면 생산시설인 녹산 공장 여유부지에 건설된다. 약 1만7000㎡(5100평)의 부지에 연면적 약 5만1000㎡(1만5500평) 규모다.
K라면의 '글로벌 주식화' 목표
이 같은 대규모 투자는 농심이 글로벌 시장에서 K라면의 위치를 현재 K푸드 열풍에 따른 '별미'에서 '글로벌 주식'으로 격상시키겠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K라면의 인기가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 해외에서는 한국만큼 라면을 주식으로 소비하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았다. 한국의 1인당 연간 라면 소비량은 약 77개로 세계 1위다.
농심은 국내 식품 업계 중 최대 규모의 생산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이번 녹산 수출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약 27억개의 글로벌 공급능력을 갖추게 된다. 현재 부산 공장 내 수출생산능력은 연간 5억개이며, 미국법인 제1·2공장 10억개, 중국 상해·심양농심 7억개를 생산한다. 경쟁사인 삼양식품은 연간 14억4000만개의 수출용 라면을 생산하며, 증설 중인 밀양 2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20억개까지 가능하다. 팔도는 베트남 1·2공장에서 연간 7억개의 라면을 만들어내고 있다.
농심이 수년간 해외 생산시설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만큼, 라면의 글로벌주식화는 필수적이다. 지금처럼 K라면 열풍이 분다면 충분한 수요를 감당할 수 있지만, 인기가 식어 공장 가동률이 낮아진다면 손해이기 때문이다. 농심은 지난 2022년 완공된 미국 제2공장에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인 2억달러(약 2682억원)를 투자했다. 이번 녹산 공장에는 1918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K라면이 한국처럼 필수소비재로 자리잡으면 농심의 장기적인 수익성도 보장된다. 라면은 코로나19 같은 위기 상황에서 수요가 급증해 타격을 받지 않는 품목이다. 2019년 20만원대에 머물던 농심 주가가 2020년 1월 30만원대에 들어선 후 그해 7월 최고가인 40만1500원까지 급등한 것도 이 때문이다. 2020년 농심 주가는 연초 대비 약 30% 올랐다.
K라면 주식화, 현지 맞춤형 전략으로 승부

다만 농심이 그리는 'K라면 글로벌주식화'가 성공하려면 공장 확장 외에도 다양한 전략이 필요하다. 일본 기업들은 우동, 소바 등 전통 면류와 인스턴트라면을 산업화했지만 미국 시장에서 주식으로 자리잡지는 못했다. 2021년 기준 미국 라면 시장 점유율 1위는 일본의 도요스이산(47.4%)이며 농심은 25.2%로 2위를 기록했다. 회사로서는 이 격차를 줄이는 것이 급선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짜파게티 같은 검은색 면이 낯설고, 봉지라면보다 전자레인지로 조리할 수 있는 컵라면을 선호한다"며 "한국식 볶음면처럼 면을 끓이고 물을 버리는 조리 방식도 익숙하지 않다"고 말했다.
농심은 K라면의 열풍이 지속될 수 있도록 현지와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대표 브랜드 신라면과 너구리를 활용해 현지 식문화를 반영한 퓨전라면을 선보이는 것이 대표적이다. 너구리와 이탈리아 파스타인 카르보나라를 결합하거나, 면요리에 토마토를 곁들여 먹는 인도네시아 식문화를 반영해 신라면에 토마토를 추가하는 방식 등이다. 태국식 톰얌 국물 요리를 조합한 라면도 출시했다. 또 웰빙 트렌드를 반영한 저칼로리·비건라면도 선보였다.
서양 소비자에게 익숙한 형태의 라면 용기도 제작하고 있다. 농심은 이르면 올 10월 미국 제2공장에서 신규 용기면 고속라인을 가동할 계획이다. 농심 관계자는 “신규 라인은 기존 원형 용기면인 큰사발면, 사발면뿐 아니라 미국 현지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사각용기면도 생산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며 “현지 소비자의 식문화에 맞춘 제품 및 용기 개발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