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전반

‘주류 온라인 판매 금지’ 해외 직구엔 열린 문…‘역차별’

곡산 2025. 7. 24. 07:12
‘주류 온라인 판매 금지’ 해외 직구엔 열린 문…‘역차별’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5.07.23 07:54

수월한 세금 징수, 모순적 상황 연출
청소년 보호 명분 국내선 전통주만 배송 허용
와인·위스키 반입 두 자릿수 증가…무방비 상태
맥주·소주만 묶어 역차별…글로벌 트렌드 역행
 

국내 주류 온라인 판매 금지 규제가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과 함께 ‘유명무실’ 논란에 섰다. 청소년 보호와 국민 건강 증진을 명분으로 한 규제가 글로벌 트렌드에 역행하고 국내 주류 업계의 역차별을 심화시킨다는 지적이 거세지면서 소비자 편의와 사회적 우려 사이의 해묵은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주류 온라인 판매 금지 규제는 전통주와 해외 직구는 허용하여 실효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국내 주류 업계에 대한 역차별만 심화시킨다는 비판 속에서 규제 완화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편의점 스마트 오더로 주류를 구매한 소비자가 편의점에 방문해 수령하고 있다. (사진=GS25)
 

현재 우리나라는 전통주를 제외한 모든 주류의 온라인 판매 및 배송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러한 규제를 유지하는 국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한국과 폴란드, 단 두 곳뿐이다.

 

규제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실제 시장 데이터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전통주의 온라인 판매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2년 전통주 국내 출고액은 1629억 원으로, 2년 전인 2020년(626억 원) 대비 약 2.6배나 급증했다.

 

이커머스 업계의 성장률은 더욱 가파르다. 한 대형 이커머스의 경우 2024년 상반기 전통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배 이상 뛰었고, 작년 같은 기간에는 무려 5배나 성장했다. 한 신선전문 온라인 쇼핑몰 역시 올해 상반기 전통주 판매량이 10% 증가하며 인기를 증명했다. 이미 2021년 설문조사에서 월 1회 이상 음주자 중 36.7%가 온라인으로 전통주를 구매한 경험이 있을 정도로, 온라인을 통한 주류 구매는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와인과 위스키 등 수입 주류 시장의 성장세도 거침없다. 2021년 와인 수입액은 5억59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69% 급증했으며, 위스키 소비 역시 2023년에 2년 전보다 46% 늘었다. 이는 프리미엄 주류에 대한 선호도 증가와 함께 사실상 온라인 판매 창구 역할을 하는 면세점 및 해외 직구 시장이 활성화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법의 빈틈이 존재한다. 흔히 주류 온라인 판매 금지의 이유를 청소년 보호로 생각하지만, 법조계 분석에 따르면 핵심은 ‘주세(酒稅) 보전’에 있다. 주류 통신판매를 제한하는 근거인 ‘주류의 통신판매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는 주세법에 그 뿌리를 두며, 세금 징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국세청이 주류 판매업자에게 내리는 명령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한 변호사는 “주목할 점은 현행법이 주류 ‘구매’ 행위가 아닌 ‘판매’ 행위를 규제한다는 것”이라며 “규제 대상은 국내 주류 판매업자에게 한정된다”고 지적했다. 이 말은 곧 국내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해외 판매자로부터 소비자가 직접 술을 구매하는 ‘해외 직구’는 막을 근거가 없다는 의미다. 소비자가 개인 자격으로 수입 절차를 밟고, 관세·주세·교육세·부가가치세 등 관련 세금만 정확히 납부한다면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다. 결국 현행법은 ‘국내 사업자는 온라인으로 술을 팔 수 없지만, 소비자가 해외에서 사는 것은 괜찮다’는 모순적인 상황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전면적인 온라인 판매 허용의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스마트 오더' 방식이다. 소비자가 모바일 앱 등으로 주류를 미리 주문·결제한 뒤 원하는 식당이나 주류 판매점에 방문해 직접 수령하는 방식이다. 이는 비대면 거래의 편의성을 일부 제공하면서도 대면 수령 과정에서 신분증 확인을 통해 청소년 구매를 차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순탄치 않다. 주류 제조업체는 환영하는 입장이지만, 골목상권의 소매점들은 대형마트나 주류 전문 체인점으로 소비가 쏠릴 것을 우려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업계와 소비자들은 한 목소리로 규제 완화를 촉구하고 있다. 한 주류 업계 관계자는 “전통주와 수입 주류는 온라인에서 자유롭게 유통되는데, 국산 맥주나 소주만 꽁꽁 묶어두는 것은 명백한 역차별”이라며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소비가 일상화된 만큼 새로운 시장을 열어 산업 전체의 활력을 되찾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소비자들 역시 음식을 배달시키며 주류를 함께 주문하는 것이 보편화된 마당에 국내 온라인 판매만 막는 것은 선택권 침해라고 지적한다. 반면 정부와 보건 단체는 청소년의 주류 접근성 증가와 국민 건강 악화 등을 우려하며 신중론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약 36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국내 주류 시장은 2031년 57조 원까지 성장이 예상되는 거대 시장이다. 규제의 빈틈 속에서 특정 주종만 수혜를 입고 대안적 유통 채널이 기형적으로 성장하자 업계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와 소비자 편익, 그리고 사회적 안전망 사이에서 합리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주류 도매업체 관계자는 “성장하는 시장을 눈앞에 두고도 규제에 발이 묶여 손 놓고 있는 상황”이라며 “소비자 편의를 높이고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전향적인 논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