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완전표시제’ 뜨거운 논쟁…소비자 알 권리? 불필요한 불안 증폭? 첨예한 대립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5.07.18 15:11
GMO완전표시제는 GMO를 유해물질로 간주하는 심각한 오류 범하는 것
‘법’ 아닌 과학적 사실, 사회적 비용·이익, 국민과의 소통 통한 합리적인 방향 모색해야
새정부 들어 ‘GMO완전표시제’ 도입을 둘러싼 뜨거운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GMO완전표시제 단계적 추진 도입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소비자 ‘알 권리’ 보장이라는 이유에서인데, 여당에서는 GMO완전표시제를 민생법안으로 추진하겠다며 팔소매까지 걷었다.
이에 대해 식품 전문가들은 막대한 사회적 비용도 문제지만 불필요한 정보로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식품에 대한 위화감만 조성한다고 반박한다.
식품학과 한 교수는 “생명공학 기술의 발달로 GMO 품종을 개발해 식량으로 사용한 지 약 30년이 지났다. 현재 전 세계에서 유통되고 있는 옥수수와 콩의 80% 이상이 GMO 품종이다. 지난 30년간 세계 어느 곳에서도 GMO 품종의 부작용 사례가 보고 된 바 없고, GM 작물의 재배와 이용을 까다롭게 관리하는 EU에서도 안전성에 대해서는 더 이상 거론하지 않고 있다”며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GMO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바뀌지 않고 있으며, 일부 시민단체들의 억지 주장에 밀려 국가 정책이 뒷걸음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세계보건기구(WHO),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미국국립과학한림원, 유럽식품안전청 등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기관들은 GMO 식품이 기존 식품보다 건강에 더 위험하다는 증거는 없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다른 식품학과 교수는 “일부 시민단체는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7명은 예외 없는 GMO완전표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자체 조사를 근거로 국회를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 대부분은 GMO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한다. 정확히 알지도 못하는데 무작정 몸에 나쁘다는 왜곡된 정보를 심어 부정적 인식만 높아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 GMO완전표시제는 국민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 ‘알 권리’는 단순히 궁금한 것을 알려주는 개념이 아니라 유해물질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생긴 법적 권리다. 그런데 GMO는 과학적으로 수십 년 동안 안전성이 검증된 기술이다. GMO를 마치 위험한 물질처럼 완전표시를 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GMO를 유해물질로 간주하는 심각한 오류를 범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식품학과 교수는 “현행 GMO표시제는 최종 제품에 GMO DNA나 단백질이 남아있지 않으면 표시 의무가 없다. 완전표시제가 도입되면 GMO 원료로 만들었지만 DNA나 단백질이 남아있지 않은 간장, 식용유, 전분당 같은 제품까지도 GMO 표시를 해야 한다.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위해 정보가 아닌 단순한 원료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 의미가 있는가”라며 “현재 GMO와 Non-GMO를 판별할 수 있는 과학적 기술이 완전하지 않다. 해외에서 GMO 원료를 Non-GMO로 속여 공급하더라도 검증이 어렵다. 오히려 확인되지도 않은 Non-GMO 식품이 우리 식탁을 차지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산업계도 부담이 크다. 소비자의 알 권리 보장에 대해선 충분히 공감하지만 수입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현실과 불안한 국제정세 및 기후 위기 등으로 인한 원료 수급 여건을 고려할 때 어려운 경제적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곡물을 미국, 브라질 등 GMO 사용국에서 수입한다. 완전표시제가 시행되면 GMO를 사용하지 않은 원료로 바꾸기 어렵고, 바꾸더라도 제품 원가가 올라 소비자 가격이 오르게 된다. 특히 식품산업의 큰 비중을 차지고 있는 중소기업은 표시제도 대응에 있어서 난관에 봉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한 “유럽도 GMO표시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복잡한 이력 관리 시스템과 막대한 행정비용이 들어간다. 그럼에도 축산물, 사료 등은 여전히 표시 대상에서 제외돼 있어 제도의 일관성에도 문제가 있다. 이런 제도를 우리나라가 그대로 도입하기에는 곡물자급률이 낮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현실에서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GMO완전표시제가 도입되면 국내 식품산업계는 Non-GMO 원료 사용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식품의 원가 상승 요인이 돼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 결국 산업계와 소비자 모두에게 과도한 비용 부담이 전가될 수 있는 부분”이라며 “특히 Non-GMO 원료의 한정된 공급량과 높은 수요로 국내 기업 간 불필요한 경쟁으로 원료 가격 상승만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식품 관련 학과 한 원로교수는 “소비자의 알 권리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올바르지 못한 정보나 감정에 치우친 공포를 야기시키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소비자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내가 먹고 있는 이 식품이 얼마나 안전하게 생산되고 유통되는지에 대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설명”이라며 “GMO완전표시제는 법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과학적인 사실, 사회적 비용과 이익 그리고 국민과의 충분한 소통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방향을 함께 찾아가야 한다. 이 제도가 정말 소비자에게 필요한 정보인지, 오히려 불필요한 불안을 만드는 건 아닌지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