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한 맛에 건강까지” 견과류 가공품 5000억 돌파
- 황서영
- 승인 2025.07.17 07:54
제빵·아이스크림 활용…HMR 소스에도 적용
아몬드 풍미 막걸리·안주용 한돈 육포에 가미
세계적 추세…베트남선 견과류 음료 수요 높아
건강과 즐거움을 동시에 추구하는 '헬시플레저' 열풍에 힘입어 국내 땅콩·견과류 가공품 시장이 5000억 원 규모를 돌파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과거 고칼로리 간식으로 여겨졌던 땅콩버터가 다이어트 식품으로 재조명받고, MZ세대의 '할매니얼' 트렌드를 타고 전통 디저트의 핵심 재료로 부상하는 등 견과류의 활용 범위가 무궁무진하게 확장되고 있다.

최근 5년간 국내 ‘땅콩 또는 견과류가공품류’ 매출액은 2019년 3553억 원에서 2023년 5093억 원으로 43% 이상 성장했다. 이러한 성장의 중심에는 ‘건강’이라는 키워드가 있다.
특히 땅콩버터의 인기가 눈에 띈다. 같은 기간 땅콩버터 시장은 45억 원에서 74억 원으로 약 64% 성장했다. 과거 지방 함량이 높아 기피되던 땅콩버터는 인체에 유익한 불포화지방산과 각종 영양소가 풍부하다는 점이 알려지며 ‘건강한 다이어트 식품’으로 인식이 전환됐다. 유명 연예인들이 커피나 사과에 땅콩버터를 곁들이는 자기관리 비법을 공개하면서 혈당 조절 다이어트의 일환으로 땅콩버터를 찾는 소비자가 크게 늘었다.
견과류 가공품 역시 코로나19를 거치며 건강 간식 및 '홈술' 안주로 수요가 늘었고, 헬시플레저 트렌드 속에서 꾸준히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견과류의 인기는 다양한 업계와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이제 견과류는 단순한 원물을 넘어 빵, 음료, 주류, 육가공품 등 예상치 못한 분야에까지 활용되며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편의점과 베이커리 업계가 이러한 트렌드에 가장 활발하게 동참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최근 인기를 끈 ‘옳곡땅콩버터’에 사과잼을 더해 ‘단짠’ 맛을 구현한 ‘옳곡 피넛버터샌드’를 선보였으며, 연세우유는 글로벌 땅콩버터 브랜드 ‘스키피’와 손잡고 고소한 피넛버터 크림을 가득 채운 ‘스키피 피넛 생크림빵’을 출시해 큰 호응을 얻었다.
아이스크림과 카페 업계의 참여도 눈에 띈다. 배스킨라빈스는 하와이의 프리미엄 마카다미아 브랜드 ‘마우나로아’와 협업한 아이스크림을 출시해 깊은 풍미를 구현했고, 커피전문점 폴 바셋 역시 이탈리아산 피스타치오를 활용한 시즌 메뉴를 매년 가을 선보이며 대표적인 인기 메뉴로 자리 잡게 했다.
견과류의 활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주류 시장에서는 서울장수가 K-견과류 대표주자인 ‘HBAF’의 허니버터 아몬드 풍미를 막걸리에 더한 ‘허니버터아몬드주’를 출시해 전통주에 새로운 감각을 더했으며, 안주용 육가공품 분야에서는 그린그래스바이오가 기능성 한돈 육포에 4종의 견과류를 넣어 영양과 식감을 잡은 ‘오메가 한돈 견과육포’를 선보였다.
나아가 가정간편식(HMR)의 핵심인 요리 소스 분야로도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샘표는 최근 피넛버터를 베이스로 동남아풍의 이국적인 맛을 더한 ‘새미네부엌 피넛버터 볶음요리 소스’를 출시했으며, 이는 견과류가 간식을 넘어 식탁 위 요리의 주재료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트렌드는 해외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세계적으로 건강 및 웰빙을 추구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견과류는 기존 스낵류를 대체하는 건강 간식으로 자리 잡았다. 중국에서는 80~90년대생을 중심으로 단품보다 여러 종류가 섞인 ‘혼합 견과류’를 선호하며, 베트남에서는 중산층 증가와 함께 견과류 및 견과류 음료 수요가 높게 나타난다. 독일처럼 채식 인구가 많은 국가에서는 견과류가 중요한 육류 대안 영양 공급원으로 추천된다. 특히 비건 시장에서는 코코넛을 넘어 캐슈넛을 활용한 식물성 치즈가 2022년 시장의 37.2%를 차지할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
해외에서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맛을 더한 제품들이 소비자의 흥미를 끌고 있다. 영국에서는 ‘세라노 칠리 & 라임 맛’ 견과류나 ‘사워크림 & 쪽파 맛’ 땅콩이, 미국에서는 ‘로즈마리 넛 버터’ 등이 출시되며 맛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견과류 시장의 성장은 단순히 건강 간식을 찾는 수요를 넘어, 견과류가 가진 고유의 고소한 맛과 영양을 다양한 형태로 즐기려는 소비자 니즈가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하면서 “빵, 주류 등 다른 식품과의 이색적인 협업은 물론, 식물성 트렌드에 맞춰 비건 치즈나 단백질 강화 제품의 핵심 원료로도 주목받고 있어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더욱 크다”고 전망했다.
한편 땅콩버터가 인기를 끌면서 건강하게 섭취하는 방법에 대한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에 발맞춰 정부의 정책도 변화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해 기존 115개 품목에 적용되던 영양성분 의무표시를 '땅콩 또는 견과류가공품류'를 포함한 176개 품목으로 확대했다. 이 제도는 2026년 1월 1일부터 매출액 50억 원 미만 업소까지 전면 적용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