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FTT 2025] 식품 시스템 환경 부담 증가…지속 가능 원료가 대안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5.06.19 07:54
정밀발효·세포 농업·분자 농업이 혁신…10년 내 수백억 불
미세조류·미생물 바이오매스·콩류와 섬유질 유망한 분야
비욘드 임팩트, 식물성 치즈·세포 배양 푸아그라 등에 투자
유럽 벤처 캐피털 비욘드 임팩트 클레어 스미스 대표

유럽의 벤처 캐피탈 비욘드 임팩트(Beyond Impact)의 클레어 스미스(Claire Smith) 대표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원료’를 주제로 미래 식품 산업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비욘드 임팩트는 2017년 설립 이후 동물성 원료 배제와 탄소 네거티브를 추구하는 30개 이상의 혁신 기업에 투자해 온 임팩트 투자사다. 이들의 투자 철학은 '변곡점에 놓인 식품 산업'에 대한 깊은 위기의식에서 출발한다. 스미스 대표는 현재의 식품 시스템이 환경적 한계에 도달했다고 경고하며, 미세조류, 미생물 바이오매스 등 지속가능한 원료가 인류의 미래를 위한 핵심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미스 대표에 따르면 현재의 식품 시스템은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용량을 이미 초과했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6~34%가 식품 시스템에서 발생하며, 생산된 음식의 3분의 1이 낭비돼 발생하는 온실가스만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8%에 달하고, 축산업 하나만으로도 약 14.5%를 차지한다. 농업은 인류가 사용하는 담수의 90%, 토지의 43%를 사용하며 환경에 막대한 부담을 주고 있다.
스미스 대표는 이 위기가 곧 전례 없는 기회라고 단언했다. 그는 전 세계 동물성 단백질 시장이 1.9조 달러, 관련 원료 시장이 2000억 달러가 넘는 거대한 규모임을 언급하며, 과거 동물 췌장에서 추출하던 인슐린이 생명 공학 기술로 대체되며 200억 달러 규모의 시장을 형성한 것을 성공적인 전환 사례로 제시했다. 그는 "동물 유래 원료는 비용이 많이 들고, 기후 변화 속에서 불안정하며, 조류 독감 사태에서 보듯 공급망 붕괴와 윤리적 문제에 노출돼 있다"며 "이를 대체하는 것이 우리 시대 가장 위대한 가치 창출 기회"라고 힘주어 말했다.
스미스 대표는 이러한 위기를 타개할 핵심으로 세 가지 기술 혁신을 소개했다. 효모나 곰팡이 같은 미생물을 활용해 동물 없이 동물과 동일한 단백질, 지방, 효소를 생산하는 △정밀 발효(Precision Fermentation)은 토지 사용량을 99%까지 줄일 수 있으며, 현재 시장 가치는 28억 달러에서 연간 4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동물 세포를 생물 반응기에서 직접 배양해 고기를 생산하는 △세포 농업(Cellular Agriculture)은 온실가스를 최대 90%, 물 사용량을 95%, 토지 사용량을 99%까지 줄일 수 있으며, 특정 필요에 맞춘 ‘맞춤형 영양’ 설계가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 콩이나 담배 같은 식물을 ‘생물 공장’으로 이용해 기능성 단백질을 재배하는 가장 미래적인 기술인 △분자 농업(Molecular Farming)은 존 발효 기술보다 저렴하고 농업 인프라와 호환이 가능해 2035년까지 195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아울러 그는 '지속가능한 원료' 세 가지를 집중 조명했다. 첫째, 미세조류 및 해조류다. 탄소 배출과 토지 사용이 거의 없다는 장점을 가진 이 시장은 2024년 약 15~20억 달러에서 2035년 125억 달러 규모로 폭발적인 성장이 예측된다. 둘째, 미생물 바이오매스 및 균류다. 토지와 물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이 분야는 2030년까지 100억 달러 이상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셋째, 콩류 및 섬유질이다. 이미 식물성 대체 단백질 판매의 70%를 차지하는 이 원료들은 낮은 환경 발자국과 높은 영양 가치를 자랑한다.
비욘드 임팩트는 이러한 비전을 실제 투자로 증명하고 있다. 식품 부산물을 업사이클링하는 '리뉴얼 밀(Renewal Mill)', 세포 배양 푸아그라를 개발하는 '구르메(Gourmey)', 식물성 치즈 기업 '레 누보 아피뇌르(Les Nouveaux Affineurs)', 정밀 발효 기술의 '팔레오(Paleo)', 식물성 유제품의 '마이티(Mighty)' 등 이들의 포트폴리오는 지속가능한 미래 식품 기술의 모든 영역을 아우른다.
물론 이러한 혁신이 현실이 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스미스 대표는 단편적인 공급망과 대규모 생산 시설 부족, 각국의 더딘 신식품 승인 절차, 그리고 ‘인공육’이나 ‘초가공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거부감과 높은 생산 비용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도전 과제로 꼽았다.
스미스 대표는 이 같은 과제를 극복하기 위해 AI를 활용해 단백질 기능성을 예측해 개발을 최적화하고, 기술 발전과 정책 지원으로 동물성 제품과 ‘가격 동등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식물성 지지체에 세포를 배양하는 등 여러 기술을 융합하는 접근과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한 기업 간 인수합병(M&A)이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스미스 대표는 “세포 배양 식품, 정밀 발효, 분자 농업은 더 이상 공상 과학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 “이러한 미래 기술이 육류 소비를 식물 기반으로 전환시켜 온실가스를 50%, 물 사용량을 75%까지 줄이는 핵심 해결책이 될 것”이라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인류가 직면한 식량 위기를 해결하고 지구의 환경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식품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지속가능한 원료 혁명'에 있다. 우리는 단지 변화의 관찰자가 아니라 변화의 주체”라며 “생명을 고갈시키는 대신 유지하는 식량 시스템을 구축하고, 해롭지 않게 영양을 공급하는 원료를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