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FTT 2025] AI, 차세대 식품 개발 등 6개 영역 판도 바꿔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5.06.18 07:56
투자 질적 전환…식품 과학·농업 분야 자금 투입 증가
칠레 유니콘, 개발 3〜6개월로 단축…식품 사업 혁신
다나카 히로타카 SKS Japan 설립자 발표

일본 푸드테크 분야의 권위자인 다나카 히로타카 SKS Japan 설립자는 푸드테크 혁신의 현주소와 미래를 이끌 핵심 동인을 심도 깊게 분석했다. 다나카 대표는 "푸드테크 혁신은 단순히 기술의 발전이 아닌, 시급한 사회문제 해결의 필요성과 음식이 지닌 다각화된 가치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라는 두 가지 강력한 동력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 최대 푸드 콘퍼런스인 SKS Japan을 설립하고, 파나소닉과 맥킨지 등에서 경력을 쌓은 하이테크 전문가이자 현재는 '베이스푸드(Base Food)', '테크 매직(Tech Magic)' 등 스타트업의 비상임 이사로 활동하는 등 이론과 현장을 아우르는 전문가다.
다나카 대표는 "많은 이들이 2년 전부터 푸드테크 투자가 정체됐다고 인식하지만, 이는 오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고스트 키친 같은 레스토랑 테크 투자는 크게 줄었지만, 식품 과학 및 농업 기술 분야의 투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이는 투자가 양적 팽창에서 질적 전환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며 혁신의 기세는 여전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그는 베이조스 재단이 대체 단백질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사례를 들며, 민간 투자를 넘어 공공 자본까지 이 분야에 진입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나카 대표는 푸드테크의 가장 주목할 만한 움직임으로 주저 없이 AI를 꼽았다. 그는 AI가 △농업 △차세대 식품 개발 △레스토랑 및 소매 △식품 시스템 전환(푸드 웨이스트 등) △개인화 △레시피 적용 등 6개 영역에서 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칠레의 유니콘 기업 낫코(NotCo)는 AI를 통해 식품 개발 기간을 기존 1~2년에서 3~6개월로 획기적으로 단축했다"며 "이는 크래프트 하인즈(Kraft Heinz)와 같은 거대 식품 기업이 먼저 합작 법인을 제안할 만큼 놀라운 성과"라고 밝혔다. 그는 "AI 덕분에 식품 사업을 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 전시회인 CES가 3년 전 푸드테크를 공식 카테고리로 지정한 것을 중요한 변화로 언급했다. 그는 "CES에서 식품은 더 이상 하나의 분야가 아닌, AI, 지속가능성 등 핵심 기술이 적용되는 사용자 경험의 중심 요소로 다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냉장고 속 식재료를 파악하고 사용자의 건강 상태(혈당 등)와 연동해 맞춤 식단을 제안하는 서비스는 대표적인 예다.
다나카 대표는 이 모든 혁신을 이끄는 근본적인 동력으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사회문제 해결'의 시급성이다. 그는 "일본의 식량 자급률은 사료, 비료까지 포함하면 10%까지 떨어진다"며 식량 안보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또한, 간장 공장이 50년 전 5,000개에서 1,000개로 줄어든 예를 들며 전통 식품 제조업의 '조용한 멸종'과 건강 및 장수 문제 역시 기술 도입을 통한 해결이 시급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둘째 동력은 '음식 가치의 다각화'다. 그는 "과거 음식이 생명 연장을 위한 수단이었다면, 이제는 웰빙, 즐거움, 타인과의 연결, 자아 정체성 표현 등 훨씬 다채로운 가치를 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음식이 웰니스, 관광, 교육, 엔터테인먼트 등 다른 산업과 연결될 때 소비자들은 기꺼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며 이것이 새로운 시장 창출의 기회가 된다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다나카 대표는 일본의 현황을 '과제 선진국(issue advancing country)'으로 정의하며, 문제 해결 과정에서 축적된 잠재력에 주목했다. 그는 "최근 미쓰이 부동산과 같은 대형 부동산 기업들이 도심에 푸드 이노베이션 랩을 만들고, 지방에서는 크래프트 사케 양조장이 호텔과 레스토랑으로 이어지며 도시 재생을 이끌고 있다"며 "지속가능성(-1에서 0으로)을 넘어 0에서 1을 만드는 '재생(Regeneration)'이 새로운 화두가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그는 "푸드테크는 과학과 비즈니스를 넘어 '왜 먹는가'를 묻는 인문학, 사회과학과 결합해야 소비자의 행동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제언했다.
발표를 마치며 다나카 대표는 "일본은 풍부한 식문화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식품 생태계에 기여할 숨겨진 자산이 많다"며 "국경을 넘어 함께 푸드 이노베이션을 통해 우리의 미래를 만들어가자"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