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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茶)에 맛들인 MZ세대…시장 1조3000억대

곡산 2025. 6. 14. 20:02
차(茶)에 맛들인 MZ세대…시장 1조3000억대
  •  황서영 기자
  •  승인 2025.06.10 07:55

심신 안정·건강 살리는 이색 경험
액상차 꾸준한 성장…광동제약 27%로 1위
동원F&B ‘보성홍차’ 작년 45% 고성장 320억
스타벅스 등 프랜차이즈 차 메뉴 약진 5300억
공차 올해 1000억 목표…‘슈퍼말차’ 체험 인기
 

명실상부 '커피 공화국'으로 불리던 대한민국에 조용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소비의 주역으로 떠오르면서 건강과 경험을 중시하는 그들의 성향이 차(茶) 시장에도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것. 단순히 마시는 것을 넘어 차를 통해 즐거움을 찾고 특별한 경험을 추구하는 MZ세대의 트렌드에 발맞춰 관련 업계는 이색적인 마케팅과 메뉴 개발에 한창이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작년 차 음료 카테고리에서만 전년 대비 18%라는 괄목할 만한 성장률을 보였다. 사진은 스타벅스의 ‘슈크림 말차 라떼’ 출시 프로모션. (사진=스타벅스 코리아)
 

실제로 국내 차 시장은 2018년 1조200억 원 규모에서 2022년 1조2870억 원으로 4년 만에 약 26.2% 성장하며 MZ세대의 '차(茶)오름' 현상을 입증하고 있다. 커피에 익숙했던 이들이 찻잔을 들기 시작한 이유에는 건강, 취향의 다변화, 그리고 새로운 경험 추구라는 세 가지 키워드가 있다. 차는 종류에 따라 항산화 효과, 심신 안정, 소화 촉진 등 다양한 건강 효능을 지니고 있으며, 칼로리 부담도 적어 건강을 중시하는 MZ세대에게 매력적인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하듯 오프라인 유통 채널에서의 차 매출액은 2023년 기준 5370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간편하게 마실 수 있는 액상차 시장이 급성장 중이다. 국내 RTD 차 시장 규모는 2억 2000만여 리터로, 지난해까지 연평균 4% 수준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차 자체로 마시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음료나 주류에 홍차 등을 섞어 마시는 레시피가 인기를 끌기도 하면서 개인 취향에 따라 다른 식품과 차를 조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제품 구매도 늘고 있다.

 

제조사별로 살펴보면 광동제약이 27.72%의 점유율로 여전히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 뒤를 웅진식품(16.88%), HK이노엔(12.1%), 동원F&B(9.96%) 등이 따르고 있다. 다만 광동제약의 주력 제품인 ‘옥수수수염차’와 ‘헛개차’의 판매 감소로 시장 지배력이 점차 약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작년 광동제약의 차음료 소매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28% 하락한 970억200만원으로 최근 5년새 처음으로 1000억 원대 아래로 떨어졌다.

 

특히 광동제약의 ‘옥수수수염차’는 2010년부터 1위 자리를 지켜오던 제품이었지만 지난해 전년 대비 6.85% 감소한 324억4800만 원(점유율 9.27%)의 매출을 올리며 2위로 밀려났다. 지난 2020년에는 463억 7800만원이던 옥수수 수염차의 매출은 2022년 396년8300만원, 2023년 348억3600만원으로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헛개차’ 또한 전년 대비 4.42% 줄어든 324억4800만 원(점유율 9.1%)으로 과거와 비교해 낮은 매출을 기록했다.

 

반면 동원F&B의 ‘보성홍차’가 2024년 국내 액상차 시장에서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보성홍차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5.61% 증가한 약 328억1400만 원으로, 차음료 총매출(3498억7900만 원)의 9.38%를 차지했다. 보성홍차는 출시 첫해인 2021년 50억8700만 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2022년 164억4000만 원, 2023년 225억3500만 원으로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보성홍차 아이스티 제로'는 2023년 4월 기준 판매액이 전년 동기간 대비 142% 증가하는 놀라운 성장을 기록했다.

 

이외에 웅진식품의 '하늘보리'는 전년 대비 9.63% 증가한 314억5800만 원(점유율 8.9%)의 매출로 4위를, 하이트진로의 '블랙보리'는 전년 대비 21.83% 증가한 222억9800만 원(점유율 6.3%)의 매출로 5위에 올랐다. 이 두 제품은 RTD 보리차 시장에서 줄곧 점유율 1위(49%)와 2위(27%)를 차지해 왔다.

 

이렇듯 보성홍차의 성공 사례는 젊은 MZ소비자들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한 결과로, 전통적인 곡류차, 물 대용 차 제품 중심이었던 시장이 저칼로리·제로 칼로리 음료 트렌드를 통해 맛과 건강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홍차(아이스티), 허브차, 건강차 등 다양한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카페 프랜차이즈들도 차 메뉴로 MZ세대들을 공략 중이다. 실제로 카페 프랜차이즈 업계에선 차 관련 메뉴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지난해 차 음료 카테고리에서만 125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8%라는 괄목할 만한 성장률을 보였다. 대표 메뉴인 '자몽 허니 블랙 티'는 누적 판매량 1억 잔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으며, '유스베리 티' 역시 2700만 잔 이상 판매되며 꾸준한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현재 스타벅스는 총 23종의 티 라인업을 갖추고 있으며, 신규 티 음료 출시 때마다 평균 34%의 매출 증가율을 보이는 등 차 카테고리의 뚜렷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차 전문 프랜차이즈 공차코리아는 차 음료 중심의 사업 전략을 통해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014억원, 영업이익 94억원, 당기순이익 97억원을 달성하며 매출은 전년 대비 10.1%, 영업이익은 47.4% 증가했다. 밀크티·티라떼 등 티 음료가 전체 매출의 대다수 차지한다.

작년 최대 실적을 경신한 투썸플레이스는 프리미엄 티와 디저트의 조합을 강화하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얼그레이 밀크티 쉬폰' 케이크와 같은 차를 활용한 디저트 메뉴가 시즌 히트 상품으로 큰 인기를 끌었으며, 싱가포르 티 브랜드 TWG와 협업한 'TWG 티 엘레강스' 세트(차+케이크)는 연간 12만 세트가 판매될 정도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TWG는 2021년 이후 국내에서 매년 약 25%의 매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말차 전문 브랜드 ‘슈퍼말차’는 전통차인 말차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체험형 콘텐츠를 강화해 젊은 층을 사로잡았다. 사진은 더현대서울에서 진행한 슈퍼말차의 팝업 스토어. (사진=슈퍼말차)
 

카페 프랜차이즈 업계는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해 MZ세대를 타깃한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특히 '경험'을 중시하는 이들의 성향과 '펀슈머(Fun+Consumer)' 성향을 바탕으로 독특하고 재미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브랜드에 젊은 소비자들은 열광하고 있다.

 

국내 말차 전문 브랜드 ‘슈퍼말차’는 전통차인 말차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체험형 콘텐츠를 강화해 젊은 층을 사로잡았다. 2022년 현대백화점에서 진행한 팝업스토어는 28일간 23만 명의 방문객을 유치하며 강렬한 브랜드 경험을 선사했으며, 틱톡에서 진행된 '#슈퍼말차챌린지'는 조회수 110만 회를 기록하며 사용자 생성 콘텐츠(UGC)를 통한 자발적 확산을 이끌어냈다.

 

2023년 영국을 시작으로 호주, 말레이시아 그리고 작년 초 서울까지 진출한 중국의 HEYTEA(헤이티·喜茶)는 ‘문화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 헤이티는 상하이 현대 미술관과 협업해 ‘치즈 크라운 티’ 한정판 컬렉션을 출시하고 패키지에 젊은 작가들의 그래피티 아트를 적용했고, 2023년 도쿄 신주쿠점 오픈 당시엔 가수 아이유와 협업한 ‘버블티 플래시몹’을 진행했다. 또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펜디(FENDI)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브랜드에 '럭셔리'와 '희소성' 이미지를 각인시키며 MZ세대의 구매 심리를 자극했다는 평을 받기도.

 

업계 전문가들은 MZ세대의 경험 중심 소비 트렌드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며, 향후 차 시장의 경쟁력은 제품 자체의 차별성을 넘어 소비자와의 정서적 유대감 형성에 달려있다고 분석한다.

 

한 음료업계 관계자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차 소비 트렌드가 확산하는 것은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2024년 상반기 데이터는 차가 커피를 대체할 수 있는 강력한 카테고리로 성장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며 “2025년 차 시장은 단순히 좋은 품질의 차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MZ세대가 열광하는 '경험적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MZ세대의 취향과 정서적 니즈를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브랜드의 진정성 있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이 장기적인 성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