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식품시장 2024 분석 및 2025년 전망
- 배경호 기자
- 승인 2025.01.24 11:27
간편한 ‘레토르트 잡채’ 등 인기…현지 업체도 양념치킨·닭갈비 판매
올해 2.1% 성장한 4196억 불 예상…편의식품-수산식품-스낵류 순
맛·영양 충족하는 기능성 식품 증가…가공식품 중 42.2% 달해
소비자 3명 중 1명 인공 첨가물 등 기피‘클린 라벨’식품 경쟁력
커피 찌꺼기 활용한 초콜릿 등 업사이클링 식품에 푸드테크 가속
대규모 가격 인상 영향 슈퍼마켓 등 저렴한 유통 채널 이용 늘어
작년 일본 식품시장에서는 원자재비와 물류비, 인건비 상승과 함께 엔화 약세 등으로 10월에만 약 2900개 품목의 가격이 인상되는 등 전반적인 가격 상승 폭이 컸다. 하지만 소비자 수요가 여전히 견고한 가운데 한국산 간편식이 인기를 끌었으며, 대지진 주의보에 따른 비상식 수요가 예년에 비해 크게 확대됐다. 이와 함께 건강과 편의성, 지속가능성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다. 이에 따라 올해는 더욱 다양화된 형태의 기능성 식품이 부상할 것으로 전망되며, 클린 라벨 식품과 업사이클링 식품의 성장도 예상된다. aT가 주최한 ‘2025 글로벌 농식품 시장 트렌드 및 전망’ 웨비나에서 ‘일본 식품시장 2024 분석 및 2025년 전망’에 대해 발표한 트레이드파트너스 이범준 박사의 발표 내용과 aT의 해당 보고서를 함께 정리했다.
▨ 2024/2025년 일본 식품시장 규모
이범준 박사의 발표에 따르면, 2024년 일본 식품시장은 4109억 달러 규모로 전년보다 2.2%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점유율 1위를 기록한 분야는 18.6%의 비중을 차지한 채소류로 전년 대비 2.4% 증가한 765억 달러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편의식품이 686억 달러, 수산 식품이 567억 달러 규모로 각각 16.7%, 13.8%의 시장 비중을 나타내며 뒤를 이었다.
2025년 일본 식품시장은 작년보다 2.1% 정도 성장한 4196억 달러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채소류의 비중이 18.6%로 가장 클 것으로 보이며, 편의식품과 수산 식품, 빵류와 곡물 제품 등의 순으로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일본에서 성장세가 가장 높은 분야는 스낵류 시장이었다. 2020년 이후 연평균 2.9% 성장해 2024년에는 257억 달러 규모로 잠정 집계되었다. 최근 일본에서는 개인별 취향에 맞춘 소포장 제품이 인기를 누리고 있고, 고령 친화 스낵 등 다양한 소비자 수요에 부합하는 스낵이 인기를 끌고 있다.
▨ 2024년 일본 식품시장 주요 트렌드
작년 일본 식품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이슈는 ‘가격 인상’이었다. 주류가 26%, 스낵이 17%, 가공식품이 13% 상승하는 등 2023년부터 지속된 인플레이션으로 주요 식료품 가격이 크게 올랐다.
이에 소비자들은 가격이 저렴한 식품을 구매하거나 식품 구매량을 줄여 지출을 줄이려는 소비심리가 확대되었으며, 슈퍼마켓과 드럭스토어 등 가격이 저렴한 유통 채널을 통한 식품 구매가 늘어났다.
한국산 간편식도 인기였다.
작년 일본에서는 타임과 퍼포먼스를 조합한 신조어인 ‘타이파’ 식품이 트렌드였다. 이는 시간 대비 효율을 뜻하는 것으로, 식품의 조리 간편성에 초점을 맞춘 단어다.
이에 따라 냉동 만두, 라면, 전자레인지로 조리할 수 있는 레토르트 잡채 등 한국산 간편식이 인기를 끌었으며, 실제로 일본으로 수출되는 한국산 만두와 라면도 2019년 대비 각각 세배, 1.5배가량 증가했다.
한국 식품의 수요 확대로 현지 식품업체들도 한식 간편식을 시장에 내놓고 있다. 닛신은 한국 라면을 모방한 용기 라면을 출시했으며, 니혼햄은 한식 간편식품 브랜드 ‘K-KiTCHEN’을 출시하고 전자레인지로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한국식 양념치킨과 닭갈비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자연재해의 위험이 커지면서 비상식품에 대한 수요도 확대됐다.
일본은 자연재해가 비교적 잦은 나라로 그동안 비상식품 수요가 꾸준했으나 작년 8월 100~150년 주기로 발생하는 난카이 해곡 대지진에 대한 주의보가 발표되며 불안감이 급증했다. 이에 재난 상황 대비를 위한 비상식품의 수요가 크게 확대되었는데, 2024년 일본 비상식량 제조업체 알파식품은 2023년 대비 매출이 30~40% 증가했다.
높아진 수요에 대응해 비상식품 유형도 다양화되고 있다. 7년간 보관할 수 있는 생수, 3년 이상 저장할 수 있는 통조림 빵, 유통기한이 길며 견고한 용기로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영유아용 액상 조제분유 등 저장성 높은 식품이 대표적이며, 뜨거운 물이나 열, 전자레인지 등을 사용하지 않고 조리할 수 있는 자가 발열 식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다양한 비상 상황을 대비한 식품도 출시되고 있다. △신선 과채류를 섭취하기 어려운 재해 상황을 위해 섬유질·비타민을 보충할 수 있는 비상식 음료 △600㎉ 이상의 고열량으로 신속하게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는 식품 등 영양성분 측면을 강조한 비상식이 판매되고 있다.
또한 △식기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을 대비한 식기가 포함된 비상식품 △불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을 대비해 차가운 물로 밥을 조리할 수 있는 비상식품 △폐기물을 적게 배출하고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식품 등 다양한 제품이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 2025년 식품시장 전망
올해 일본 식품시장을 이끌 세 가지 주요 주제는 기능성 식품의 다양화와 푸드테크 도입 확대, 클린 라벨 식품의 수요 확대를 꼽을 수 있다.
최근 일본 식품시장에서는 맛과 영양을 동시에 충족하는 기능성 식품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신규 등록된 기능성 식품의 수는 2017년 이후 7년간 연평균 21.2% 증가했으며, 2024년 1월 기준 기능성 성분이 첨가된 가공식품의 비중은 42.2%로 집계됐다.
이처럼 소비자 수요가 고도화되고 시장이 지속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올해는 보충제에서 벗어나 젤리, 스낵 등 다양한 형태로 손쉽게 프로바이오틱스나 비타민, 콜라겐, 마그네슘 등 기능성 영양성분을 섭취할 수 있는 기능성 간식 시장이 더욱 성장할 전망이다.
정신적인 측면을 관리할 수 있는 기능성 식품도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
우울증으로 인한 은둔형외톨이 문제가 일본 사회에서 주목받으면서 스트레스 관리 및 적절한 수면을 통한 정신 건강 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바쁜 일상으로부터 오는 스트레스와 수면 장애를 해소하고 정신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제품이 부상하고 있다.
스트레스 및 수면 질 개선 기능 제품은 2022년 기준 300건 미만에 불과했다. 이후 수요가 확대되며 2024년 1월 기준 수면 관리 기능성 식품은 전년 대비 30.5% 증가한 771건의 제품이 판매되고 있으며, 스트레스 관리 기능성 식품은 전년 대비 28.7% 증가한 736건의 제품이 판매됐다.
해당 기능성 식품에 첨가된 영양성분 중에는 스트레스 및 수면 관리에 효과가 있는 ‘GABA’가 1위를 차지했다. 2024년 1월 기준 GABA는 총 739건으로, 2위인 난소화성 텍스트린(357건)과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또한 GABA가 배합된 식품은 총 1166건이 등록되어 전년 대비 24.6% 증가했다.
업사이클링 식품과 스마트 가전 등 식품업계의 푸드테크 도입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일본에서는 2024년 발표한 자원순환 계획에 따라 폐기물을 재활용하여 자원을 순환시키는 순환 경제 구축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일반적인 업사이클링 방법인 폐기 대상 잉여 농산물 활용이나 식품 폐기물의 비료화에서 벗어나, △커피 찌꺼기를 발효해 만든 초콜릿이나 △원두 껍질을 활용한 식이섬유가 풍부한 스낵 △폐기 대상인 빵을 재가공해 발효한 맥아로 만든 맥주 등 다양한 기술을 활용한 업사이클링 식품이 계속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내식 조리를 보조할 수 있는 푸드테크가 접목된 스마트 조리도구의 수요 확대도 예상된다. 일본은 맞벌이 부부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로 가사노동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자동으로 회전하여 간편하게 볶음, 튀김을 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냄비와 △AI를 탑재해 사용자가 자주 조리하는 음식을 분석하여 맞춤 메뉴를 추천하는 냄비 △열 감지 기술과 IoT 기술을 활용하여 자동으로 온도와 조리 시간을 조절하는 프라이팬 등 각종 푸드테크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조리도구가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클린라벨 식품 수요가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최근 과도한 초가공식품 섭취로 인한 암 발생률 및 사망률 증가에 대한 보도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현지 소비자는 초가공식품에 포함된 보존제 등 인공첨가물을 기피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일본정책금융공고 조사에 따르면, 34.8%의 소비자가 식품 구매 시 식품첨가물 함량을 고려한다고 답했으며 19.2%와 16%의 소비자가 염분 함량과 잔류농약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인공첨가물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에서 유래한 재료를 활용해 만든 식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데, 특히 최소한으로 가공된 식품임을 입증할 수 있는 ‘클린 라벨’ 식품을 많이 찾고 있다.
따라서 올해는 별도의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고 팥과 소금으로만 제조한 스낵, 합성 착향료를 사용하지 않은 통조림, 식품첨가물을 사용하지 않고 천연 원재료로 제조한 소스 등 인공적인 첨가물을 함유하지 않아 안전하고 건강한 식품이 경쟁력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