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현 기자
- 승인 2024.12.09 07:57
제과·커피 업체 원료값 폭등에 줄줄이 가격 인상
원료 흉작 조달 쉽지 않아 일부 품목 생산 중단도
생산량 회복에 5년 이상 걸려 내년에도 문제
카카오, 커피 원두 등 멈출 줄 모르는 국제 원료값 상승 곡선에 국내 식품업계도 백기를 들었다. 그동안 정부의 물가안정대책에 최대한 협조하며 가격 인상을 자제해왔던 식품업계지만 원료값이 가격 저항 한계선을 넘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오리온은 1일부터 13개 제품 가격을 평균 10.6% 인상했다. 카카오, 견과류 등 최근 원재료 가격이 급등한 제품들이다. 카카오 함량이 높은 ‘초코송이’ ‘비쵸비’ 등은 인상률이 20%에 달한다. 특히 초콜릿 제품인 ‘투유’의 경우 30% 이상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판단, 제품 공급을 당분간 중단한 상태.
해태제과 역시 카카오 원료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포키, 홈런볼, 자유시간 등 10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8.59% 올렸다. ‘자유시간’ 20%, ‘홈런볼·포키’는 각각 11.8% 올랐다.
카카오값 폭등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미국 ICE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코코아 선물 가격은 톤당 9425달러다. 평년 대비 245.6%, 전년 동기 대비 127.0% 올랐다. 기후변화에 따른 산지 피해로 생산량 회복이 더디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카카오 원료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롯데웰푸드는 지난 5월부터 가나초콜릿, 빼빼로 등 초콜릿류 건빙과 17종의 가격을 평균 12% 인상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문제는 카카오값이 기후 변화에 따른 생산 피해가 심각해 당분간 평년 수준으로 돌아가기에는 어렵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생산량 감소 문제가 회복되려면 5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관측했다.
원두값 문제도 심각하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아라비카 커피는 11월 25일 기준 톤당 7080달러로, 평년 보다 116.9%, 전년 대비 86.2% 올랐다. 로부스타 커피도 평년 대비 188.9%, 전년 보다 107.2% 인상됐다.
1977년 이후 47년 만에 가장 높은 가격이다. 가뭄과 폭우 등 이상 기후로 전 세계 1~2위 원두 생산지인 브라질과 베트남의 공급 부족 때문이다. 이 여파로 동서식품은 지난달부터 인스턴트 커피, 커피믹스, 커피음료 등의 가격을 평균 8.9% 인상했다.
제과업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나 원두를 원료로 사용하는 업계 입장에선 그나마 인상폭을 최소화했다고 보지만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안보여 내년 상반기 또 다시 가격 인상 바람이 불 수도 있다. 몇몇 업체에선 제3국을 통해 원료 조달에 나서고 있지만 그 역시 쉽지는 않아 최악의 경우 제품의 잠정적 생산을 중단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상황이 이러자 그동안 식품업계 가격 인상에 예민한 모습을 보였던 농식품부도 이번 업계의 행보에 대해서는 수긍하는 분위기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상기후, 재배면적 감소 등으로 카카오, 원두, 팜유 등의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고 있어 식품업계에서도 관련 제품 가격을 불가피하게 인상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단 제과류의 주요 원재료인 밀, 대두, 옥수수 등 주요 곡물과 설탕은 물론 국내 유지류 소비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대두유의 경우 낮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모든 제과류의 가격이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제과업계와 주요 원재료에 대한 시장 상황을 공유하고 가격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것이며, 특히 기업의 애로사항 발굴 및 해결 방안 모색 등 가공식품 물가 안정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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