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열전

[맞수열전 2]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vs 김정완 매일유업 회장

곡산 2012. 3. 27. 17:10

[맞수열전 2]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vs 김정완 매일유업 회장
‘분유보다 외식?’ … 2세, 아버지 뜻 ‘나 몰라라’
[927호] 2012년 02월 08일 (수) 11:03:41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본업은 ‘담합’·외식업은 ‘경쟁’…재계 ‘눈총’ 
무리한 사업다각화보다 창업정신 계승이 ‘먼저’

남양유업(회장 홍원식)과 매일유업(회장 김정완)의 남다른 외식사업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양사가 본업인 유가공업보다 외식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고, 이 사업을 창업주의 2세들이 챙기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정부의 칼날이 대기업 중소업종 진출을 겨누고 있는 상황에서 2세들이 과잉경쟁을 하고 있어 재계의 눈총이 따갑다. 특히 관계자들로부터 “아버지들은 본업에만 충실해 기업을 크게 키웠는데 아들들이 무리하게 사업다각화를 추진한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실정이다. 그 현황을 알아본다.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은 유가공업계의 전통적인 라이벌이다. 두 기업은 설립시기부터 주력제품군에 이르기까지 공통점이 많다.

지난 1964년 세워진 남양유업과 5년 후 1969년 한국낙농기공으로 출발한 매일유업은 국내 유업의 양대 산맥으로 자리하고 있다. 故  홍두영 남양유업 창업주와 故 김복용 매일유업 창업주 모두 이북 출신이며 생전에 유가공업에만 집중했다는 점도 비슷하다. 두 창업주는 40년 넘게 보수적인 경영을 펼쳤고, 그 결과 연 매출액이 ‘1조 클럽’을 넘나들도록 회사를 키웠다.

현재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의 경영권은 모두 2세들에게 넘어간 상태로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김정완 매일유업 회장이 맞서는 형국이다. 특히 2세들의 경영에서는 1세들과는 달리 본업인 분유·우유·치즈·요구르트 등 유업보다 외식업으로 확장하는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포착됐다.
 

2세, 사업다각화로 무리수 두나

남양유업은 지난 2001년 이탈리안 레스토랑 ‘일 치프리아니’를 시작으로 홍원식 회장의 동생인 홍명식 사장이 일식 회전초밥집 ‘사까나야’, 오리엔탈 레스토랑 ‘미세스 마이’ 등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유업은 창업주 별세로 김정완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은 후인 2006년부터 외식업장을 본격적으로 늘리기 시작했다. 매일유업은 남양유업보다 공격적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대부분 로열티를 주고 들여온 수입브랜드들을 포진시킨 것이 특징이다.

브랜드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더 키친 살바토레 쿠오모’·‘더 키친 살바토레 앤 바’, 일식류 레스토랑 ‘타츠미즈시’·‘만텐보시’·‘야마야’·‘안즈’, 중식 레스토랑 ‘크리스탈 제이드’, 인디언 레스토랑 ‘달’, 수제버거 전문점 ‘골든버거 리퍼블릭’, 샌드위치 전문점 ‘부첼라’, 커피전문점 ‘폴 바셋’, 김정민 제로투세븐(매일유업 자회사) 사장의 로스터리 카페 ‘루소랩’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양사는 “유제품이 사용되는 외식업장을 늘려 유통망을 더욱 확대하는 차원” 혹은 “종합적인 식품기업으로 거듭나는 과정”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본업인 유가공업에서 쓴맛을 보기 때문에 눈을 돌리는 것이 아니냐”라면서 “창업주인 아버지들의 뜻과 달리 2세인 아들들의 영토 확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하다”는 반응이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창업주인 1세대들의 특징은 상당히 보수적이면서도 완고하고 권위적이라는 것”이라면서 “이제 경영권을 쥔 2세대들은 1세대 때 해보지 못한 것들을 시도해보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작 본업은… 소송·담합 등으로 ‘시끌’

양사는 논란에 있어서도 지지 않는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은 지난 2005년 유사한 상품명 ‘불가리스’·‘불가리아’를 두고 소송전을 벌였다. 남양유업이 ‘불가리스’를 출시해 히트상품으로 굳힌 상태에서 매일유업이 ‘불가리아’라는 비슷한 이름의 제품을 내놓은 것이 문제였다. 남양유업은 곧바로 부정경쟁행위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매일유업은 이에 맞소송으로 대응했으나 패소했다.

3년 뒤 남양유업은 주식 증여로 한 차례 시끄러웠다. 홍원식 회장은 지난 2008년 2월 손자 홍윌리엄군에게 회사 주식 1168주를 물려줘 세간의 입방아에 올랐다. 2007년 4월에 태어난 윌리엄군은 당시 만 1세에 불과한 갓난아기였는데 같은 해 4월 다시 1168주를 받으며 지분율을 늘려 갔다. 이에 재계에서는 “편법 증여로 인한 4세의 ‘금수저’ 강화가 지나치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로부터 3년 뒤인 지난해에는 매일유업이 분유에 이어 우유까지 연속 타격을 입으며 소비자들의 손가락질을 받았다. 2월에는 아질산염이 검출돼 부적합 판정 후 ‘폐기된 중국 수출 분유’, 3월에는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돼 회수 조치를 받은 ‘식중독균 분유’, 4월에는 포르말린이 첨가된 사료를 먹인 젖소로부터 만든 ‘포르말린 사료 우유’ 등 그야말로 기업 이미지가 땅에 떨어졌다.

아무리 라이벌이라지만 양사의 사이가 좋을 때도 있었다. 바로 실무자들만이 아니라 임원들까지 나서서 담합을 할 때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동수)는 지난해 7월 남양유업, 매일유업 2개 사가 컵커피 ‘프렌치카페’와 ‘카페라떼’의 가격을 부당 인상하기로 한 담합행위를 적발해 총 128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해당 임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또한 같은 해 6월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은 서울우유, 동원데어리푸드와 치즈 가격을 담합해 총 106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으며, 지난 2010년 12월에는 서울우유·한국야쿠르트와 우유 가격을 담합해 총 188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또한 같은 해 11월 양사는 산부인과 등에 독점적인 분유 공급을 위해 총 668억 원의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했던 것이 적발되기도 했다.

이로써 양사가 해당 8개월 동안 부과받은 과징금 액수만 해도 남양유업은 145억 원, 매일유업은 다른 1건의 담합을 포함해 137억 원에 달한다.

유가공업 관계자는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의 2세 경영이 사업다각화를 목적으로 외식업에 치중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양사는 이제 논란으로 떠오르는 것을 자제하고 본업에서도 그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