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열전

[식품라이벌열전] ⑫ 제과점 빵 vs 공장서 만든 빵

곡산 2010. 2. 13. 02:22
[식품라이벌열전] ⑫ 제과점 빵 vs 공장서 만든 빵
제과점 빵 우유 등 많이 들어가 영양 풍부
공장서 만든 빵 위생관리 쉽고 열량은 낮아


‘제과점 빵 vs 공장서 만든 빵’.
 
둘 다 한국전쟁 후 미국에서 밀가루 원조를 받아 만들었다. 1950년대 중반에 제과점 빵(고려당)이 먼저 나왔다. 공장서 만든 빵은 1965년에 처음 등장했다(삼립식품). 1970∼80년대엔 공장서 만든 빵이 제과점 빵보다 훨씬 많이 팔렸다. 7대3의 비율이었다. 그러나 최근엔 2.5∼3대7∼7.5로 역전됐다. ‘제과점 빵=갓 구워서 맛있는 빵’이라고 소비자가 인식해서다.
 
공장서 만든 빵은 샤니ㆍ삼립식품ㆍ기린ㆍ서울식품 등 4사가 주도한다. 제과점 빵은 파리크라상ㆍ크라운 베이커리ㆍ고려당ㆍ신라명과ㆍ뚜레쥬르 등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와 개인 제과점에서 만든다. 공장서 만든 빵과 제과점 빵은 제조 방법부터 다르다.
 
제과점 빵은 한 번에 모든 재료를 투입해 반죽한 뒤 숙성시킨다. 숙성시간도 1차 2시간∼2시간30분, 2차 50분∼1시간으로 상대적으로 짧다. 숙성시킬 공간이 적어서다. 반면 공장서 만든 빵은 반죽을 두 번 하고 숙성시간도 길다(1차 4∼5시간, 2차 1시간).
 
기린 이동선 상무는 “공장서 만든 빵을 장시간 숙성하는 것은 빵의 향취와 볼륨을 좋게 하고 유통기한을 연장하기 위해서”이며 “공장서 만든 빵의 유통기한은 1주일로 제과점 빵(2∼3일)보다 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빵 맛이 유통기한까지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는다는 게 양측 모두의 고민이다.

공장서 만든 빵의 경우 만들어진 지 2∼3일이 지나면 딱딱해진다. 빵의 노화 현상이다. 일부 업체가 유통기한 1∼2일 전에 자사 제품을 수거해 폐기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제과점 빵도 만든 지 하루가 지나면 맛이 떨어진다. 이것이 저녁 때 빵 세일을 하는 배경이다.

열량(같은 무게당)은 공장서 만든 빵이 제과점 빵보다 30∼40% 낮다. 제과점 빵에 비해 계란ㆍ유지 사용량이 적어서다.

반면 영양소 면에선 우유ㆍ계란ㆍ버터 등이 많이 들어간 제과점 빵이 한 수 위다.

청강대 식품영양학과 장재권 교수는 “제과점 빵은 사람의 손이 많이 가므로 위생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며 “위생면에선 공장서 만든 빵이 나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설탕 함량에선 별 차이가 없다. 둘 다 설탕이 2∼10% 함유돼 있다.

보존료(방부제)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도 같다. 공장서 만든 빵에서 방부제가 퇴출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방부제를 먼저 떠올리는 소비자가 수두룩하다. 일부 업체는 와사비로 방부제 역할을 대신하게 한다.

개별 빵에서도 둘은 구분이 가능하다. 공장서 만든 식빵의 경우 볼륨감이 있고 부드럽다. 제과점 식빵은 조직이 탄탄하며 묵직한 느낌이다. 유지 사용량이 많아서다. 공장서 만든 소보로빵은 유지 함량이 상대적으로 낮아 열량이 적다.

제과점 소보로빵은 유지 함량ㆍ열량이 높은 대신 부드럽고 깊은맛을 낸다. 공장서 만든 크림빵엔 크림 전문회사에서 생산된 크림이 들어가므로 이물질이 거의 없고 상태가 늘 일정하다. 제과점 크림빵엔 직접 제조한 크림이 들어간다. 따라서 크림 상태가 불균질한 경우가 간혹 있다. 공장서 만든 롤케이크엔 주로 잼이 들어 있다. 잼의 유통기한이 버터크림(제과점 롤케이크에 주로 함유)보다 길어서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