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열전

‘명품만두’ 따라잡기

곡산 2010. 2. 13. 02:01
[백년명가] ① 한 입 베어물면 만두소 ‘툭’…손맛에 반했다

   설날이 3일 앞으로 다가왔다. 대부분의 가정에선 설날 음식으로 떡국을 장만한다. 그러나 이북 출신들은 다르다. 그들은 떡국 대신 만둣국을 먹는다. 만두는 평양과 개성 만두가 유명하다. 서울만두도 있다. 이들 만두는 모양과 크기 등 조금씩 차이가 있다. 서울 시내에서 2~3대째 이어오며 만두명가로 자리잡은 집들을 찾아 지역별 만두의 특성을 들어봤다. 또 가정집에서 맛있게 빚는 비법도 살짝 물어보았다.

● 개성만두

"맛이 얌전하다."
서울에서 드물게 3대째 개성만두를 내는 '궁'의 신부원(44)사장은 한 마디로 이렇게 개성만두를 요약했다. '얌전하다'는 의미에 대해선 "자극적이지 않은데다 잡맛 없이 깔끔하고 담백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크기는 서울 만두보다는 훨씬 크고, 평양 만두의 절반 정도라고 보면 된다"고 한다. 이집 만두 피의 직경은 약 12㎝정도 된다. 두께도 서울이나 평양만두보다 얇은 데 쪘을 때 소가 훤히 비칠 정도이다.

또 디른 개성만두의 특징은 조랭이 떡국과 함께 먹는다는 것. 신 사장은 "조랭이 떡국도 개성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그래서 양이 적을 경우에는 조랭이 떡국을 넣어 먹는다"고 설명했다.

소는 채소가 많이 들어간다. 배추를 가장 많이 넣고 숙주·부추와 두부도 넣는다. 돼지고기도 조금 들어가는데 지방이 조금 붙어 있는게 먹기가 좋다고 한다. 계절에 따라 소의 차이가 있었다고 신사장은 기억한다. "여름에는 애호박과 오이를 다져서 넣었다. 겨울에는 김장김치로 소를 만들었다. 특히 설날에는 온가족이 둘러앉아 김치 만두를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시사철 배추를 구할 수 있기에 채소를 주로한 소를 넣는다고 덧붙였다.

신 사장이 만두를 빗은 것은 30년이 넘는다. 개성출신인 할머니 임명순(95)씨가 서울 영등포 신세계 백화점 인근에다 만두집을 열 때부터 만두와 인연을 맺었다. "3남매 가운데 내가 제일 잘 빚었다. 그렇다보니 돌아가신 어머니에 이어 내가 가업을 잊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궁'은 서울 인사동 경인미술관 정문 앞에 있다. 이곳으로 옮겨온 지는 15년. 인사동에 있다보니 담백한 맛에 반한 일본인 관광객들이 줄을 잇는다. 테이크아웃할 수 있는 생만두와 찐만두 각각 7000원, 양지머리와 10가지 약재로 우려낸 국물이 좋은 만둣국 8000원, 만두전골 1만원. 02-733-9240 .

●서울 만두

서울 자하문 터널 위 부암동에 가면 만두로 유명한 집이 있다. 1993년 인왕산이 개방되면서 문을 연 '자하 손만두'로 서울 만두를 대표하는 집이다. 올 해 100살인 윤순이 할머니에 이어 3대째 만두를 빗고 있는 박혜경(56) 사장은 서울 만두의 특징에 대해 "한입에 속 들어가는 작고 예쁜 만두"라고 설명했다.

박 사장의 설명처럼 피의 지름이 8㎝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빚어논 만두가 마치 송편처럼 작고 예쁘장하다. "원래는 이북만두처럼 서울도 김장김치로 소를 만들었는데 김치가 비싸다보니 다른 재료로 대체됐다"는 것이 박 사장의 설명이다. 현재는 현대인들의 입맛에 맞게 소를 다양화했다. 주로 배추 등 채소가 많이 들어간다. 표고버섯·오이·숙주·두부 등이 들어간 소만두와 김치 만두, 당면과 배추·소고기·돼지고기가 들어가는 찐만두 등으로 나뉜다.

또 옛날 여름에는 돼지고기를 넣지 않고 쇠고기가 이를 대신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원래 돼지고기는 여름에 잘 먹어야 본전이라고 했다"는 박 사장은 "지금은 냉장시설이 발달했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 재료도 사시사철 나오기 때문에 예전처럼 계절에 따라 소를 만들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소의 간을 맞추기 위해서는 매년 음력 정월에 직접 담는 조선간장(국간장)을 사용한다.

피 만드는 방법도 달라졌다고 한다. 원래는 일정한 크기의 반죽을 손으로 조물락 조물락거리며 펴서 만들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워낙 손님들이 많이 찾아오기에 밀대로 밀어서 만두피를 만든다. 만두 만드는 종업원(6명)을 따로 고용한 게 이 때문이란다. 찐만두(8개)·김치만두(8개)·소만두(8개) 각각 1만원,만두전골 3만5000원. 서울 신세계 백화점 본점 10층에 분점이 있다. 02-379-2648.

●평양 만두

서울 지하철 3호선 약수역 인근에서 2대째 평양만두를 만들고 있는 '만포막국수'이혜자(58)사장은 "보기엔 투박해 보이지만 먹어보면 깜짝 놀랄 정도의 상큼한 맛을 느낄 것"이라고 자랑했다.

이 사장의 말대로 평양만두의 크기는 개성이나 서울 만두와 비교되질 않는다. 그나마 이 집 만두는 개성 만두보다 배 정도 크지만, 또 다른 평양만두를 내는 '이북손만두'의 경우엔 어른 손바닥만큼 큼지막하다. 평양만두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누가 뭐라대도 사이즈, 즉 크기다. 그래서 투박하다는 표현이 딱 떨어진다. 맛은 이북음식답게 담백하다. 피는 개성만두 보다 약간 도톰하다.

이 집 소는 다소 특이하다. "원래 평양 음식은 삭혀서 먹는 것이 아니다. 만두에 들어가는 소도 묵은 김치보다는 겉절이 형태가 어울린다. 그래야만 아삭한 식감이 든다"는 게 이 사장의 주장이다.

그래서 소에 들어가는 부추나 배추·숙주 등 채소의 숨이 별로 죽어 있지 않다. 색이 약간 붉그스럼한데 그 이유는 겉절이처럼 소에 약간의 고춧가루를 넣었기 때문이란다. 돼지고기도 비계가 들어가는데 살코기만 하면 퍽퍽해서 맛이 없단다. 또 한가지 특징은 개성이 조랭이 떡국을 넣어 먹는다면 평양 만두는 밥과 함께 먹는 것이다. 개성만두가 경기도 만두의 특징답게 끝을 붙여서 동그랗게 만든 반면 평양 만두는 반달 모양인 것도 특징중 하나이다.

만포는 평북지방에 있는 지명인데 이곳 출신인 외삼촌이 1.4후퇴 때 월남한 후 30여년전에 오픈했다. 이 사장은 10여년전부터 물려받아 운영하고 있는데 지금도 외삼촌이 조언을 해준다고 한다. 만두 4알이 들어가는 만둣국 6000원, 15개 포장 만두는 1만2000원이다. 02-2235-1357.

이석희 기자[seri1997@joongang.co.kr]


 

 
[백년명가] ② ‘명품만두’ 따라잡기

      



    ◆전문가 조언, 만두 잘 빗는 법

    만두 먹는 것은 참 쉽다. 그러나 만드는 일은 무척 힘들다. 그래서 선뜻 엄두가 안난다. 큰 마음 먹고 만들더라도 모양이 들쭉날쭉, 맛도 신통치 않은 경우가 많다. 만두 빚는데도 숨은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다. 설을 앞두고 집에서 만두 빚을 독자를 위해 전문가들이 귀뜸해주는 만두 잘 만드는 법을 소개한다.

    ▲피

    대부분 밀가루에 미지근한 물을 부어 반죽한다. 이 때 식용유를 조금 넣어주는 것이 포인트다. 찰지면서도 부드러워지기 때문이다. 양은 눈대중으로 하는데 '자하 손만두' 박혜경 사장은 "밀가루 1㎏에 식용유는 한 티스푼 정도면 족하다"고 말한다. '궁'의 신부원 사장도 "너무 많이 넣으면 피가 미끌거리기 때문에 조금만 넣어야 한다"고 말한다. 밀가루에 달걀 흰자와 찹쌀을 섞는 곳도 있다. '궁'은 흰자를 넣고, 황해도 만두집 '봉산옥'은 찹쌀을 넣는데 두 곳 모두 "맛이 좋아지고 부드러워지기 때문"이란다.

    반죽해서 곧바로 사용하지 않고 숙성 과정을 거친다. 대량으로 만드는 식당에선 숙성시간이 반나절 정도로 길다. 그러나 적은 양을 만드는 가정에선 냉장고에서 2시간 정도 숙성시키면 족하다. '궁'의 신부원 사장은 "시간이 많지 않을 때는 랩을 씌워 한시간 정도 따뜻한 곳에 두면 된다"고 귀띔했다. 숙성하는 이유는 반죽의 탄성을 줄여 피를 얇게 밀기 위해서란다.

    ▲소

    속담에 '떡 먹자는 송편이요, 소 먹자는 만두'라는 말이 있듯이 만두는 껍질이 얇고 소가 많이 들어가야 맛이 있다. 소는 식구들의 기호에 따라 원하는 것을 넣어면 된다. 그렇지만 명심해야 할 것은 물기 제거다. 물기를 없애는 이유는 삶거나 찔 때 소에서 물기가 배어나와 질펀거려서 맛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숙주·배추 등 채소류들을 넣을 때는 우선 손으로 물기를 꽉 짜서 넣어야 한다. 두부도 손으로 으깨면서 어느정도 물기를 제거하고 넣는다. 돼지고기의 경우, 지방이 약간 있는 것이 좋다. 살코기만 있으면 텁텁해서다.

    이렇게 해서 소를 만들었어도 숙제는 여전히 물기제거다. '만포막국수'는 맷돌같은 네모난 돌을 눌러 서너시간 물기를 짜기도 한다.

    ◆이색만두 열전

    ●납작만두

    대구에 가면 어디든지 먹을 수 있는 대표 음식 중 한가지. 40여년전부터 대구에서 등장해 현재는 매운 떡볶이와 섞어 매콤하게 즐기기도 한다. 이름 그대로 납작하다. 얇은 만두피에 당면·부추 등의 소를 조금만 넣어 반달모양으로 빚어 한번 삶는다. 이것을 다시 구워낸다. 그냥 먹으면 심심한 맛인데 고춧가루와 식초·설탕을 섞은 간장을 위에 뿌리거나 찍어먹으면 톡 쏘는 듯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보통 바싹 구워내는데 그러면 고소한 맛이 더 난다. 미성당 만두(053-255-0742)는 대구 남산 4동에서 2대째 47년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집이다. 2500원. 중구 남문시장 인근에 있는 남문납작만두(053-257-1440)는 다른 집과 달리 6가지의 채소와 당면을 넣어 속이 알차다. 2000원.

    ●컬러 만두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했던가? 보기에 좋은 것이 먹기에 좋은 것처럼 만두에 색깔을 입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자하 손만두' 박혜경 사장은 컬러 만두에 대해서 "몸에 좋은 채소로 색을 내기 때문에 건강에도 좋다"고 말한다.

    이 집에선 자주색·노란색·초록색으로 만든 만두를 볼 수 있다. 반죽을 할 때 첨가하는 채소에 따라 색이 달라진다. 자주색은 비트즙을 첨가했다. 비트는 적혈구를 만들어 주는 좋은 채소이다. 노란색은 당근즙을, 초록색은 시금치물을 넣었다. 생만두로 많이 파는데 50개들이가 2만원한다. 150개정도 들어간 13만원짜리도 있다.

    ●왕만두

    최근 몇년 새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만두로 크기가 일반만두의 4~5배 정도 된다. 무게는 170g남짓한데 워낙 크다 보니 한개만 먹어도 든든하다. 서울 남대문 시장의 가메골 손왕만두는 5개 2000원. 남대문 시장에서 시작해 5곳의 분점을 낸 다흰왕만두찐빵에서는 만두 1개 가격이 1000원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청년왕만두도 서울 시내에 6곳의 체인점을 운영중인데 1000원 하는 고기왕만두가 인기다. 이밖에도 신세계 백화점 지하의 상해만두(고기왕만두 2000원)와 경기도 남양주 조안본가 만두찐빵(왕만두 5개 3000원)도 유명한 집이다.

    ◆유명 만두집

    ●이북 손만두

    크기에 입이 쩍 벌어진다. 만두 한 알이 어른 손바닥만하다. 알이 아니라 '덩어리'라고 부르는게 더 정확할 것 같다. 만두국이나 접시만두(각각 8000원)를 시키면 4덩어리가 나오는데 여자들은 다 먹기 힘들 정도이다. 장윤섭 사장은 "원래 평양 만두는 이렇게 컸다"고 한다. 소에는 돼지고기·숙주나물·두부·부추 다진 것에 갖은 양념을 하고 날계란을 푼다음 참기름을 넣어 만든다.

    이 집은 1989년 오픈했다. 장사장의 어머니 박혜숙씨가 시부모님과 살던 집을 식당으로 개조해서 문을 열었다. 한 때는 무교동 일대에서 유일하게 살림을 하는 집으로도 알려졌지만 지금은 다른 곳에서 산다. 무교동 코오롱빌딩 옆 세븐일레븐 뒤쪽 골목에 있는데 찾기가 쉽지 않다. 여름철엔 김치말이밥(7000원)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집이다. 뚝배기 만두 8000원. 02-776-7350.

    ●봉산옥

    황해도 만두다. 서울이 고향인 윤영숙 사장은 "시집온 후 20여년간 황해도 사리원 출신 시어머니(제갈정·2002년작고)로부터 만드는 법을 배웠다"며 "설날은 물론이고 생일이나 잔칫날 또는 입맛이 없는 날 등 늘 만두를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소는 생배추를 절여서 하는 것이 특색이다. "김장김치로 만들면 김치 맛에 따라 만두의 맛이 달라지기 때문"이란다. 생배추에 소금을 뿌려 절이는데 이를 '강짠지'라고 한다. 여기에 고춧가루를 살짝 뿌려 마치 김치처럼 색깔만 낸다. 여기에 숙주와 소고기·돼지고기를 함께 넣어 소를 만든다. 찐만두는 팔지않고 오직 만둣국(7000원)만 내는데 양지머리를 반나절 이상 고아 육수를 만든다고 한다. 양지머리를 찢어 고명으로 올려준다.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 인근. 02-525-2282.

    ●만두집

    강남 갤러리아 백화점 맞은편 유니클로 옆 골목안에 있는데 간판이 손바닥만하다. 그만큼 단골이 많고 만두 맛 하나만은 자신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옥혜경 사장이 30여년째 만두를 빚고 있다. 만두피도 반죽을 치고, 일일이 손으로 밀어서 만든다. 옥 사장은 "점심시간 지난 후 오면 사이다 병 등으로 만두 피 미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자랑한다. 만두소에는 한우와 돼지고기 다진 것, 그리고 두부 등을 넣는다.

    크기는 다른 평양집보다는 작은 데 두 입에 먹을 정도이다. 이 집도 찐만두는 없고 만두국(8000원)을 파는데 6알 들어 있다. 대신 얼린 만두를 파는데 20개짜리가 1만6000원이다. 만두전골 3만5000원. 02-544-3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