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 기아ㆍ빈곤 없앨 `구세주'일까>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08.03.13 07:50 | 최종수정 2008.03.13 09:05
贊 "생산성 혁신으로 기아와 빈곤 해결"
反 "사료ㆍ연료用이 대부분…생산성 증가 미미"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지금 이 순간에도 기아와 영양실조로 1시간에 1천명이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작년 1월 방한한 클라이브 제임스 국제 농업-바이오기술 응용보급서비스(ISAAA) 회장은 이 같은 위기상황을 언급하며 유전자조작농산물(GMO)이 인류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기아와 빈곤의 해결책이라고 했다.
이 단체의 창립자이기도 한 그는 "GMO가 작물 생산성에서 큰 혁신을 가져와 빈곤 인구의 수가 줄고 영세농은 가난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설명하며 "GMO 작물의 생산과 배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말처럼 90년대 중반 처음 도입된 이후 GMO가 기아와 빈곤의 해결책이 되고 있을까?
세계 최대 규모의 환경단체인 `지구의 벗'은 지난달 중순 발표한 연례 보고서 `누가 GM(유전자 조작) 작물로 이익을 얻을까?'(Who benefits from GM crops)에서 "그렇지 않다"고 명확한 반대 목소리를 냈다.
보고서의 핵심은 GM 작물이 기아의 해결에도, 제3세계 농민들의 빈곤 탈출에도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GM 작물의 재배가 시작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재배지의 70% 이상이 미국과 아르헨티나에 집중돼 있어서 아프리카 같은 곳의 기아를 덜어주지 못했으며 대부분의 GM 작물들은 부유한 나라의 동물사료나 바이오연료의 제조에 쓰이고 있다"며 찬성론자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보고서는 또 "GM 작물은 빈곤 농가를 돕는데에도 실패했다"며 "아프리카의 경우 GM 면화가 처음 도입되던 2002년에는 생산농가가 3천229곳이나 됐지만 결국 생산성이 없다는 인식이 퍼져 2007년 853곳으로 줄었으며 GM 콩의 생산능력은 비GM 콩에 비해 오히려 5~10% 낮아 생산력 증가에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비해 다국적 식량회사의 수익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여서 몬산토 같은 회사의 주가는 작년에만 140% 성장했으며 올해 1.4분기 순수입 역시 2억5천600만 달러에 이르렀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처럼 GMO의 사회ㆍ경제적인 영향을 둘러싼 논란이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양상이지만 사실 소비자들 입장에서 느껴지는 GMO의 공포는 이보다는 GMO 자체의 안전성 문제에서 온 것이다.
유해성 여부가 검증되지 않은 만큼 GMO가 인체 혹은 생태계에 미칠 영향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이다.
13일 서울환경연합 등 국내 환경ㆍ소비자 관련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이 같은 불안감은 최근 대상, 삼양제넥스 등 국내 일부 식품업체들이 5월부터 GM 옥수수 5만여t을 수입하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국내에서도 커지고 있다.
이들 업체는 GM 옥수수를 전분과 전분당을 만드는 데 사용할 예정이어서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 과자, 음료수, 아이스크림, 식용유, 간장 등에 GM 옥수수가 폭넓게 이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업체가 밝힌 GMO 옥수수의 수입 사유는 세계적인 곡물가격 급등 현상으로 농산물 수급상황이 악화됐다는 것. 유해성 여부에 대해서는 "GMO가 유해하다는 증거는 없다"는 설명을 내세우고 있다.
이는 GMO에 대한 유해성 논란이 있으면 관련 업계가 어김없이 내세우는 `실질적 동등성'(substantially equivalent) 개념과 같은 논리다. 조작된 식품 또는 식품 성분이 기존 식품과 실질적으로 동등하다면 안정성이나 영양학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찬성론자들과 마찬가지로 반대론자들의 논리 역시 역시 유해성에 대한 불확실성을 바탕으로 한다. 즉, GMO의 영향을 제대로 판단하려면 수세대가 흘러가야 하는 만큼 현재까지 인체에 유해성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만약 항생제에 대해 내성을 가진 유전자를 포함한 GMO가 인체에 들어오면 몸 속 병원균 역시 항생제에 내성을 갖게 될 수 있으며 비슷한 방식으로 신체 전반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론자들은 GMO가 인체 뿐 아니라 재배 과정에서 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도 만만치 않다고 주장한다.
`지구의 벗'의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GM 콩의 재배에 쓰이는 제초제의 사용량이 지난 10여년 사이 150% 가량 늘었다. 제초제에 내성이 강한 GM 작물의 재배가 늘면서 주변의 잡풀 역시 제초제에 내성을 갖게 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GMO에 삽입된 유전자가 환경에 침투해 `슈퍼 잡초'라는 돌연변이를 만든 셈이다.
사실 국내에서 GMO 농산물이 수입되는 것은 새삼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옥수수의 경우 2007년 기준으로 수입 옥수수 195만t 중 60t만이 GMO 농산물이었지만 콩은 2006년 수입량인 100만t의 대부분인 88만t이 GMO였다.
수입 계획이 발표되자 시민단체들은 해당 식품업체를 돌며 항의 시위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이들 단체는 식품업체의 GMO 옥수수 수입 방침 철회와 함께 GMO 표시제의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GMO 표시제는 유전자조작기술을 이용해 재배ㆍ육성된 농축수산물을 원료로 사용해 만든 식품에 대해 GMO의 포함 여부를 표시하게 하는 제도다.
문제는 이 제도가 유럽연합(EU)에서처럼 원료를 기준으로 GMO의 사용 여부를 표시하도록 하는 게 아니라 완성품의 GMO에 대한 유전자 검출 여부를 묻는다는 것이며 이마저도 GMO의 원료가 3% 이하이거나 5대 주원료에 속하지 않으면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식용유나 간장처럼 열처리나 정제과정을 거치는 가공식품에는 GMO 유전자가 검출되지 않아 표시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GMO가 멀쩡히 수입되고 있으면서도 시중에서는 GMO 표시를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시민단체들은 GMO의 표시제를 유럽 수준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비용과 실효성 문제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서울환경연합 벌레먹은사과팀 최준호 팀장은 "현행 GMO 표시제로는 소비자들이 자신들이 먹는 음식에 GMO가 들어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관리 당국이 소비자들이 겪는 불안과 위험을 생각한다면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제도가 실효성을 갖도록 시급히 정비해야 한다"
◇GMO란? =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유전적 조작을 통해 새로운 품종으로 만들어진 농산물이다. 특정 성질의 유전자를 탐색해 추출한 뒤 다른 생물체에 재조합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주로 곡물의 생산성을 높이고 운송에 유리하게 하거나 영양가를 높게 하는 등의 성질을 얻게 된다.
처음 개발된 GMO는 1994년 미국 칼젠사가 개발해 상용화에 성공한 물러터지지 않는 토마토이지만 결국 맛이 없다는 이유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으며 1996년 몬산토사가 GMO 콩을, 노바티스사가 GMO 옥수수를 상품화한 뒤 생산이 본격화됐다.
bkkim@yna.co.kr
(끝)
反 "사료ㆍ연료用이 대부분…생산성 증가 미미"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지금 이 순간에도 기아와 영양실조로 1시간에 1천명이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작년 1월 방한한 클라이브 제임스 국제 농업-바이오기술 응용보급서비스(ISAAA) 회장은 이 같은 위기상황을 언급하며 유전자조작농산물(GMO)이 인류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기아와 빈곤의 해결책이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90년대 중반 처음 도입된 이후 GMO가 기아와 빈곤의 해결책이 되고 있을까?
세계 최대 규모의 환경단체인 `지구의 벗'은 지난달 중순 발표한 연례 보고서 `누가 GM(유전자 조작) 작물로 이익을 얻을까?'(Who benefits from GM crops)에서 "그렇지 않다"고 명확한 반대 목소리를 냈다.
보고서의 핵심은 GM 작물이 기아의 해결에도, 제3세계 농민들의 빈곤 탈출에도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GM 작물의 재배가 시작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재배지의 70% 이상이 미국과 아르헨티나에 집중돼 있어서 아프리카 같은 곳의 기아를 덜어주지 못했으며 대부분의 GM 작물들은 부유한 나라의 동물사료나 바이오연료의 제조에 쓰이고 있다"며 찬성론자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보고서는 또 "GM 작물은 빈곤 농가를 돕는데에도 실패했다"며 "아프리카의 경우 GM 면화가 처음 도입되던 2002년에는 생산농가가 3천229곳이나 됐지만 결국 생산성이 없다는 인식이 퍼져 2007년 853곳으로 줄었으며 GM 콩의 생산능력은 비GM 콩에 비해 오히려 5~10% 낮아 생산력 증가에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비해 다국적 식량회사의 수익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여서 몬산토 같은 회사의 주가는 작년에만 140% 성장했으며 올해 1.4분기 순수입 역시 2억5천600만 달러에 이르렀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처럼 GMO의 사회ㆍ경제적인 영향을 둘러싼 논란이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양상이지만 사실 소비자들 입장에서 느껴지는 GMO의 공포는 이보다는 GMO 자체의 안전성 문제에서 온 것이다.
유해성 여부가 검증되지 않은 만큼 GMO가 인체 혹은 생태계에 미칠 영향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이다.
13일 서울환경연합 등 국내 환경ㆍ소비자 관련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이 같은 불안감은 최근 대상, 삼양제넥스 등 국내 일부 식품업체들이 5월부터 GM 옥수수 5만여t을 수입하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국내에서도 커지고 있다.
이들 업체는 GM 옥수수를 전분과 전분당을 만드는 데 사용할 예정이어서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 과자, 음료수, 아이스크림, 식용유, 간장 등에 GM 옥수수가 폭넓게 이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업체가 밝힌 GMO 옥수수의 수입 사유는 세계적인 곡물가격 급등 현상으로 농산물 수급상황이 악화됐다는 것. 유해성 여부에 대해서는 "GMO가 유해하다는 증거는 없다"는 설명을 내세우고 있다.
이는 GMO에 대한 유해성 논란이 있으면 관련 업계가 어김없이 내세우는 `실질적 동등성'(substantially equivalent) 개념과 같은 논리다. 조작된 식품 또는 식품 성분이 기존 식품과 실질적으로 동등하다면 안정성이나 영양학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찬성론자들과 마찬가지로 반대론자들의 논리 역시 역시 유해성에 대한 불확실성을 바탕으로 한다. 즉, GMO의 영향을 제대로 판단하려면 수세대가 흘러가야 하는 만큼 현재까지 인체에 유해성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만약 항생제에 대해 내성을 가진 유전자를 포함한 GMO가 인체에 들어오면 몸 속 병원균 역시 항생제에 내성을 갖게 될 수 있으며 비슷한 방식으로 신체 전반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론자들은 GMO가 인체 뿐 아니라 재배 과정에서 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도 만만치 않다고 주장한다.
`지구의 벗'의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GM 콩의 재배에 쓰이는 제초제의 사용량이 지난 10여년 사이 150% 가량 늘었다. 제초제에 내성이 강한 GM 작물의 재배가 늘면서 주변의 잡풀 역시 제초제에 내성을 갖게 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GMO에 삽입된 유전자가 환경에 침투해 `슈퍼 잡초'라는 돌연변이를 만든 셈이다.
사실 국내에서 GMO 농산물이 수입되는 것은 새삼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옥수수의 경우 2007년 기준으로 수입 옥수수 195만t 중 60t만이 GMO 농산물이었지만 콩은 2006년 수입량인 100만t의 대부분인 88만t이 GMO였다.
수입 계획이 발표되자 시민단체들은 해당 식품업체를 돌며 항의 시위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이들 단체는 식품업체의 GMO 옥수수 수입 방침 철회와 함께 GMO 표시제의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GMO 표시제는 유전자조작기술을 이용해 재배ㆍ육성된 농축수산물을 원료로 사용해 만든 식품에 대해 GMO의 포함 여부를 표시하게 하는 제도다.
문제는 이 제도가 유럽연합(EU)에서처럼 원료를 기준으로 GMO의 사용 여부를 표시하도록 하는 게 아니라 완성품의 GMO에 대한 유전자 검출 여부를 묻는다는 것이며 이마저도 GMO의 원료가 3% 이하이거나 5대 주원료에 속하지 않으면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식용유나 간장처럼 열처리나 정제과정을 거치는 가공식품에는 GMO 유전자가 검출되지 않아 표시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GMO가 멀쩡히 수입되고 있으면서도 시중에서는 GMO 표시를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시민단체들은 GMO의 표시제를 유럽 수준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비용과 실효성 문제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서울환경연합 벌레먹은사과팀 최준호 팀장은 "현행 GMO 표시제로는 소비자들이 자신들이 먹는 음식에 GMO가 들어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관리 당국이 소비자들이 겪는 불안과 위험을 생각한다면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제도가 실효성을 갖도록 시급히 정비해야 한다"
◇GMO란? =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유전적 조작을 통해 새로운 품종으로 만들어진 농산물이다. 특정 성질의 유전자를 탐색해 추출한 뒤 다른 생물체에 재조합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주로 곡물의 생산성을 높이고 운송에 유리하게 하거나 영양가를 높게 하는 등의 성질을 얻게 된다.
처음 개발된 GMO는 1994년 미국 칼젠사가 개발해 상용화에 성공한 물러터지지 않는 토마토이지만 결국 맛이 없다는 이유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으며 1996년 몬산토사가 GMO 콩을, 노바티스사가 GMO 옥수수를 상품화한 뒤 생산이 본격화됐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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